-당신에게 프로필 사진이란?
요즘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한 명은 오래된 친구이고, 두 명은 나이차가 한참 나는 동성 제자들이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소중하게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데, 어제는 내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지는 오래되었으나)
"A야, 너는 왜 프사를 자주 바꿔?"
얘기를 하면서 프사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mbti 보다 에니어그램의 하위 유형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제자 B - 사회적 본능, 제자 A - 자기 보존적 본능 or 사회적 본능 (아직 확실치가 않다) 친구 C - 자기 보존적 본능, 나 - 성적 본능(관계적 본능) 아무튼 우리 넷은 mbti 유형도 에니어그램 유형도 다 다른데 일단 우리의 하위 유형은 이러하다.
일단 제자 둘은 프사에 자기 얼굴을 건다. 둘 다 자주 바꾸는 편이나 제자 A가 요즘 들어 더 자주 바꾼다. 친구인 C는 아무것도 걸지 않는다.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꽂혀 있는 것)을 건다. A는 자기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자신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표정들, 시크해 보이고 싶기도 하고 다정하게 보이고 싶기도 하고 자기 안에 있는 다양한 것들,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B는 자기의 어떤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B야, 네가 말하는 분위기란 이미지와 비슷한 의미니?"
"네. 그런 것 같아요."
B도 큰 줄기에선 A와 원하는 바가 같다. 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어떤 분위기, 이미지, 느낌을 갖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너희들은 프사를 바꾸는 기간은 중요하지 않니?"
둘 다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B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고 했다. 프사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기 싫어 일정 기간은 지키려고 한다고 한다. A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계속 같은 사진을 보는 것은 본인 스스로 지겹다고 했다. 자 여기에서 無프사 나의 친구 C를 등판시켜 보자.
"C야. 너는 왜 無프사를 고수하니?"
그리고 내가 답을 먼저 적어본다.
"프사 하나로 너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C는 누군가를 한 마디로,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거슬린다고도 했다. '나'(C)라는 사람을 프사 한 장으로 결코 대변할 수 없기에 C는 無프사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이제 마지막으로 프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나는 나 자신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날 표현하고 싶어. 내가 어딜 가고, 뭘 먹고, 어떻게 꾸몄는지로 날 봐주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고 그걸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것 같아."
B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아요?"
그렇다.. 우리는 프사 하나에도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A와 B는 자신의 얼굴이 자신을 대변하길 원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이고, 나와 C는 겉으로 드러난 것은 결코 자기 자신일 수 없고, 본질이 아니라는 것에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A가 프사를 자주 바꾸는 것에 대해
'왜 저렇게 프사를 자주 바꾸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A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봐주길 원해서 자주 사진을 바꾸지만, 나는 그걸 보면서 오히려 약간의 의아함을 동반한 부정적인 인식을 품게 된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날 좋게 봐주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는 불호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 사람은 아주 쉽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연히 타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게 되니까 이런 일도 생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걸어도 그 뜻까지 이해받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고..
프로필 사진은 어쨌거나 '나'를 대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어떤 가치관이 들어가 있고, 심리적인 기저가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의 프사를 보는 나 아닌 사람들은 또 그들만의 가치관으로 그걸 보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오해받을 수 있고, 호감을 잃을 수도 있다.
타인이란,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주기엔 참 먼 존재다.
당신에게 프로필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에니어그램의 하위 유형
-자기 보존적 본능 :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을 물리적인 부분에 의존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에 집중하는 에너지가 강하다.
-사회적 본능 :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을 사회에 적응하고 그 일부가 되려고 노력하는 데 의존한다. 집단의 역할에 자신을 맞춤으로 안전을 확보하려는 에너지가 강하다.
-성적 본능 :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을 '나'라는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을 찾는 데에 의존한다.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 주고, 자신도 매력적으로 느끼는 대상과 교감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