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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Nov 04. 2021

                   삶에의 의지에 대하여

                  -노년에게서 느끼는 삶의 의지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는 건 반칙이다. 동네 뒷동산에 오르면서 가벼운 산행을 하는 것이 요즘 나의 큰 즐거움 중에 하나.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나왔다 보다. 꼬물거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래,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더 높은 데까지 올라가면 어쩌다가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매일 뵐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



여름에는 덥다는 핑계로, 또 바쁘다는 핑계로 한참을 오지 않다가 계절을 하나 건너뛰고 오른 낮은 산에는 핑계가 아닌 목적을 가지고 매일 발걸음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아파서 힘을 좀 길러야지 싶어 다시 시작한 산행에서 숨을 헐떡이며 발을 내디뎠을 때 보이는 장면이 이러해서 좀 더 뭉클했달까.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 모습에서 느끼는 생명감과는 다른 종류의 감동이 있는 생명감.


오래 살고자 하는 욕심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오래 산다는 것은 오늘의 내가 건강히 살아가는 것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자식의 입장에서도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만큼 간절한 소원이 없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매일 산에 오르며 운동 기구에 올라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청춘에게서 느낄 수 없는 삶의 의지와 소중함을 느낀다. 


돌도 씹어 먹을 나이, 고생을 사서 해도 경험이 되는 나이, 마음만 먹으면 뭐든 도전할 수 있는 나이, 주중에 야근하고 주말을 불태워도 거뜬한 나이.  혼자서도 어디든 다닐 수 있는 나이. 급변하는 세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나이. 이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 시절을 부러워하면서 젊다는 게 참 좋구나. 산다는 게 참 좋은 거구나. 하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감동이란 어떤 '의지적인 것'이 포함되어야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장애물을 만나고 손을 맞잡고 힘써 그것을 넘어설 때 더 깊어지는 것처럼,  내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금방이라도 아스라 질 것 같은 생명을 붙잡고 있는 그때에,  더워도, 추워도, 바빠도, 할 일이 없어도, 가다 쉬어도. 

오늘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듯이 천천히 오르는 산 길. 야트막한 정상에 놓여있는 간단한 운동기구 위에 올라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그들에게서 나는 강한 생명력을, 삶에의 의지를 느낀다. 


커플룩을 맞춰 입고 핫플레이스에서 각 잡고 사진 찍어 sns에 올라온 사진보다,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노부부의 모습에 모두의 소망이 있듯,  껑충껑충 뛰어가며 세상을 스캔하는 청춘보다 삶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따뜻한 손으로 보듬어 오늘의 건강한 나를 위해 땀 흘리는 모든 노년에게 생명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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