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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Jan 28. 2022

사랑은 계속될 거야 어디까지나(2020)

- 제목만큼이나 달달한 판타지, 어디까지나 판타지.

출연 : 카미시라이시 모네 (사쿠라 나나세), 사토 타케루 (텐도 카이리)


가끔은 말도 안 되는 낭만에 내 마음과 머리를 맡겨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기분도 계속 별로이고, 바로 전에 본 영화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서 청량감 있고, 순수한 로맨스물이 보고 싶었다. 작년부터 회차가 긴 중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는데, 이 드라마가 재밌다는 소식도 들었고, 일본 드라마는 회차가 짧아서 단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규슈 여학생 나나세는 고등학교 때 도쿄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길에서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고 '도와주세요'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때 의사 텐도 카이리가 나타나 노인을 살리고, 나나세는 이 남자 의사와 사랑에도 빠지고, 삶의 목표도 찾는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일하기 위해서 5년간 피땀 흘려 공부해 간호사가 되었고, 당당히 그가 일하는 히우라 종합병원에 입사한다. 그리고 5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운명의 남자를 입사 첫날 만나지만...

그는 나나세가 고등학생 때 봤던 젠틀하고 다정하고 실력 있는 의사 선생님이 아닌, 지나치게 쉬크하고 입만 열면 독설이고, 자신이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마왕이라고 불리는 독불장군이었던 것.

그런데 이 사쿠라 나나세라는 여주는 '용사'인 것이다. 텐도 센세를 만나자마자, 당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패기. 다른 사람도 아닌 텐도 카이리에게 신입 간호사가 초면에 사랑을 고백했다는 소식은 온 병원에 퍼지고.. 그녀는 그때부터 이름보다 '용사'라고 불리는 횟수가 많아진다. 입사 동기 사카이와 함께 순환기내과를 선택했으나 사카이는 완전 모범생 간호사. 실수도 없고, 말귀도 바로 알아듣는 의사 선생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간호사인데 반해 나나세는 용기가 가상하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실력에는 사카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욕을 먹게 되는데...

그런데 마왕 텐도 센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으니 8년 전 사랑하는 연인이자 동료 의사인 미노리를 병으로 잃었던 것, 그 이후로 마왕이 된 것이고. 이를 아는 병원 사람들은 텐도에게 들이대는 나나세가 밉지 않고, 오히려 그 둘을 엮어주려고 한다. 거기에 제일 앞장서는 사람이 같은 순환기내과의 텐도 동기 키즈기 센세다. 그럼 이제 판은 다 깔려있다. 각각의 사연이 있는 환자들이 등장하고, 텐도를 긴장시키는 나나세 짝사랑남이 가끔씩 풀무질을 해 주면 된다. 


수학여행에서의 첫 만남


4화 마지막에 텐도는 나나세에게 너와 사귀어주겠다고, 카레시(남자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5화 뚜껑을 열면 나나세는 그때까지 텐도의 전번도 모르는 상태.. 혼자서 많이 좋아한다는 걸 나나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텐도의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고, 그럼에도 그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좋은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나세는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간호사가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고, 혼나도 포기하지 않고, 웃는 모습이 예쁜 나나세를 텐도도 점점 더 사랑하게 되고. 


회차는 짧지만 충분히 달달하다. 세상 쉬크했다가 갑자기 츤데레 되는 똑똑이 남주가 안 멋있을 수가 없음. 서브남주는 남주와 달리 다정한 성격이라 보완도 잘 되고, 10회차인데 나나세를 좋아하는 남자가 넷이나 나오니까, 텐도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음. 여주는 성장하고, 남자는 위로받고.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표현은 적어도 마음은 분명한


로맨스 드라마는 잘나서 더 범접하기 어려운 남주가 사랑 앞에서는 보통 남자가 되는 것이 국룰이다. 여주는 특유의 밝고 따뜻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점점 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실력을 보이며 남주와의 신분 차이를 극복해 가는 것이고. 드라마가 그 코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10회 안에 만남부터 결혼까지 일사천리여서 기분 전환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람들이 재밌다고 할 때는 이유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꿈꾸고 바라는 것들을 건드려주고 채워주는 부분이 있으니까 재밌다고 느껴지고, 인기가 있는 것.



딱딱 그을 수 없는 마음의 선을 인정하고, 일상의 혼란을 즐기면서도 사랑하는 이의 차가운 심장을 훔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용사가 되어. 


그렇게 오늘의 삶을 사랑하면서,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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