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르슬라 Apr 13.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기상청 사람들, 사내 맞선

-올 봄 핫했던 드라마들

오랜만에 한드(한국 드라마)를 세 편이나 보았다. 남주혁을 좋아해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첫 방송부터 챙겨보았고, 박민영 로코는 기본은 하고, '기상청'을 배경으로 삼았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기상청 사람들>도 같이 보았다. 그리고 재밌다고 하길래, 또 가볍게 보기 좋을 것 같아 마지막화 방영을 앞두고 <사내 맞선>을 몰아서 보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우정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며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고 <기상청 사람들>은 끌림만으로 급하게 시작한 연애가 어떻게 사랑이 되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여서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내 맞선>은 초반 1-5화 정도는 웹툰(웹소설)을 너무 잘 살려서 공들여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로는 좀 진부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12화 완결이라 쓸데없이 늘이지 않아서 깔끔하게 보기 좋았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는 98년이 딱 나의 대학생 시절이라 옛날 생각도 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서 남녀 주인공이 곧바로 로맨스로 들어가지 않아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백이진 역의 남주혁 미모가 정말 최절정에 올라서 그냥 남주혁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14회부터 16회는 드라마가 다 끝나고 나서 일주일쯤 지난 후에 몰아서 봤는데, 보기 전에는 영화 <라라랜드> 정도의 엔딩이 아닐까 싶었는데 아, 마지막 회에 그렇게 가열차게 이별할 줄이야. 사람들에 왜 그렇게 욕을 하나, 배신감을 느끼나 했는데 보고 나니 좀 이해가 되더라는. 15화 초에 '모든 방식으로 사랑해'라고 고백했지만 결국 현실에서 발생하는 엇갈림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지막화에 와서 이별하게 되니 지금껏 희도, 이진의 사랑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법도 하다. 이진이 상의도 없이 뉴욕 특파원을 신청해 놓고 희도가 다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어이가 없는 부분. 섭섭한 부분을 구체적인 말로서 풀어가지 않고 헤어짐을 정해놓고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참 아쉽다. 

그래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 특별한 친구 사이에서 천천히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커플은 한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쪽에서 먼저 마음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술 취해서 먼저 자 버린 후 진행되는 연애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자 주인공이 성숙한 사람이라 어린 남자 친구를 잘 리드해간다.  남주 시우는 솔직히 비주얼이 배우 뺨치는 것 외에는(뭐 일도 잘하긴 하지만 다른 등장인물이 딱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특별한 매력이 없는데, 뭘 보고 기준이가 괜찮은 남자라고 평가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남주인 이시우(송강) 보다 한기준(윤박)이 나오는 씬이 더 재밌었다. 윤박 배우가 찌질하면서도 진솔하고 또 조금씩 성장해가면서 하경(박민영)의 친구 자리를 지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중반 이후로 둘의 감정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는 둘의 대화가 더 재밌고 남는 게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드라마는 순탄한 사랑이 없는지 모르겠다. 물론 장애물이 있어야 사랑이 증명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뭐가 그렇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게 많은지 좀 달달해질라 싶으면 자꾸 사건이 터져서 피곤하게 만드는 한드 특유의 클리셰는 이제 좀 그만 보고 싶다. 실제 기상청이 드라마 속 기상청과 얼마나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지 못했던 직업 세계를 보게 되는 재미는 있었다. 평생을 속 썩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개과천선하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하경이 엄마도 시우 아빠도 시우의 가정환경이나 하경의 나이를 걸고 넘어가지 않고 받아주는 것은 좋았다. 



재미로 따지면 이 드라마 <사내 맞선>이 가장 재미있다. 물론 현실성이라고는 1%도 없는 드라마지만 여성들의 판타지를 채워주기엔 더할 나위 없고, 12화로 짧지만 달달하기도 가장 달달하다. 나는 김세정 배우의 작품을 이 드라마로 처음 보는데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꽤 연기를 잘해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서브 커플인 영서(설인아)성훈(김민규)의 케미도 좋았고, 영서의 몸 날리는 혼신의 연기도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덕화 님 정말... <수상한 파트너>에서 지욱(남주)이 양부 역할도 너무 재밌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캐릭터인데 진짜 감초 역할 너무 찰떡같이 하셔서 마지막화에 하리와의 병원씬은 배꼽을 잡으면서 봤다. 

그리고 하리와 영서, 태무와 성훈의 우정도 이 드라마를 즐겁게 볼 수 있는 포인트다. 재벌집 딸과 치킨집 딸, 재벌 3세와 보육원 출신의 양자. 그 사이에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보기 좋았다. 갈등 상황이 없지 않지만 무겁게 끌고 가지 않고 주인공들이 그 상황들을 가뿐하게 넘기기 때문에 보면서 피로감도 별로 없다. 기분 좋아지고 싶을 때 보면 딱 좋을 드라마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는 왜 이렇게 작가들이 '가르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꾸 교훈을 주려고 하고, 깨달음을 주려고 한다. 깨달아 가면서 성장하는 것 좋다. 그런데 그게 참 과하다. 그리고 한중일 아시아권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가 가장 '감정이 폭발' 한다. 남주든 여주든 감정 과잉이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비주얼로 따지면 비교 불가다. 남주, 여주의 타고난 미모도 그렇지만 참 예쁘게 잘 꾸민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남자 배우들이 엄청 벌크업을 해서 남성다움이 더 느껴지고, 이 세 편의 드라마의 남주들 남주혁, 송강, 안효섭이 모두 185cm가 훌쩍 넘는 장신들이고 그에 반해 여주인 김태리, 박민영, 김세정은 키가 큰 편이 아니어서 둘이 같이 있을 때 잘 어울려 보기가 좋았다. 또 남자는 능력, 여자는 성격으로 대변되는 로맨스 드라마의 룰을 깨트린 것도 좋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기상청 사람들>은 남주보다도 오히려 여주들이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강한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사내 맞선>도 사는 세계가 다를 뿐 각자의 세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여주여서 여자는 사고 치고 남자가 해결하는 짜증 유발의 드라마가 아니었다는 점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레트로 무드가 가득한 '그땐 그랬지'의 청춘들이 결국 첫사랑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이고, <기상청 사람들>은 이미 자기 직업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자라온 환경에 큰 아픔이 있고, 이전 사랑에 실패했던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배워가는 이야기이고 <사내 맞선>은 재미있고 달달한 판타지이다. 아쉬움이야 조금씩은 있지만 그래도 중간에 탈주하지 않고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다. 그래서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서 재밌게 잘 보았다. 요즘은 좀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은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은 계속될 거야 어디까지나(20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