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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Jul 25. 2022

탑건 : 매버릭 (2021)

-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감독 : 조셉 코신스키

출연 :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모니카 바로스, 대니 라미네즈, 루이스 풀먼, 제이 엘리스, 

        애드 해리스, 발 킬머


스포 많아요!


그렇게 재밌다고 소문이 난 <탑건 : 매버릭>을 나도 따라서 보았다. 이 영화는 나에게는 좀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겉 상자는 '낭만'으로 둘러 쌓였는데, 속 상자는 꽤 딱딱한 '현실'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발령받은 근무지에서 만난 옛사랑과의 해후, 오랫동안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죽은 친구의 아들이 훈련생으로 들어온다는 설정, 결국에는 매버릭을 따르게 된 훈련생들과 국가의 부름을 받고 목숨을 건 전투에 나가야 하는 상황, 그 과정에서 오해가 풀리고 화해하게 되는 매버릭과 루스터. 이 모든 설정들이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진부하지만 임무를 완수하고, 살아 돌아오기 위해 처절하게 훈련하고 실제로 목숨을 건 교전을 벌이는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아서 생각해볼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 영화는 엄마와 함께 보았는데 나중에 임무가 시작되었을 때는 둘이 손을 꼭 잡고 보았다는;;; 영화를 보면서 박수를 또 이렇게 쳐보기도 처음인 것 같다.(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다 보고 나서 박수를 친 게 아니라, 영화에 너무 몰입하다가 주인공이 훌륭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박수;;;)


동기들은 진급을 거듭해 제독이며 사령관이 되었는데 수십 년이 지나도록 훈장 많은 대령으로 살고 있는 피트 미첼(콜사인 : 매버릭 / 톰 크루즈)톰 카잔스키(콜사인 : 아이스맨 / 발 킬머)의 부름을 받고 미 해군 파일럿 군사학교인 탑건에 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했지,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이 거의 없는(아주 옛날에 잠깐) 피트. 전국에서 엘리트라 불리는 파일럿 12명이 모였고, 그중에 6명을 선발해 현장에 보내야 한다. 자신이 직접 나가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겠는데 상부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라고만 하고, 그 아이들 중에는 과거 임무 중 잃은 윙맨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있다. 

이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의 내용은 이렇다. 적국이 접근하기 힘든 협곡 한가운데에 우라늄을 모으고 있으니 그것을 파괴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배치된 미사일도 많고, 여차하면 바로 뜰 전투기들도 여러 대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기 위해서는) 저공비행이 필연적인데 가장 최신 전투기인 5세대 전투기로는 어렵고, 구닥다리 전투기인 F-18을 타고 가야 한다. 이들이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2분 30초. 그 안에 목표물을 폭파하고 협곡을 벗어나지 못하면 적국의 전투기와 교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워낙 어려운 미션인지라 훈련도 고강도일 수밖에 없다. 훈련 도중 '코요테'가 의식을 잃고, (너무 빠르게 비행하면 뇌에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함) 물론 매버릭이 코요테의 주위를 돌면서 계속 무전을 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임무를 떠나기도 전에 훈련생이 다치거나 죽으면 안 되니까 위에서는 매버릭의 훈련계획을 취소하고 보다 파일럿이 덜 힘든 방법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러나 매버릭이 이런 위험한 작전 계획을 세운 이유는 단 하나다. 임무를 수행하고, 이들이 살아서 귀환하게 하려는 것. 그러면 교전을 최소화해야 하고 빨리 다녀올 수밖에 없다. 


이 작전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니 매버릭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이런 작전 계획을 짠 것은 이 작전이 가능하며,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파일럿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버릭은 자신이 직접 보여준다. 2분 30초 안에 협곡을 타고 내려가 목표물을 격파하고 다시 올라와 빠져나오는 모습을. 그리고 사이클론(제독, 책임자)은 팀 리더로 매버릭을 세움으로써 매버릭이 다시 현장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결전의 날, 매버릭은 2인 1조로 탑승할 페이백과 팬보이 / 피닉스와 밥을 선발하고 백맨으로 루스터를 선발한다. 자신이 뽑힐 거라고 생각지 않았던 루스터는 작전에 들어가지만 아직 얼떨떨해서 정해진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자꾸 뒤처진다. 그렇지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가속하고 매버릭이 1차, 루스터가 2차로 목표물에 미사일을 명중 시킴으로 국가에서 요구한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살아서 귀환하는 것이 목표이다. 



교전이 시작되고, 팬보이 조와 피닉스 조는 무사히 빠져나갔지만 루스터가 위험에 처하자 매버릭이 대신 미사일을 맞는다. 그리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전 본부에서는 귀환을 명하지만 루스터가 매버릭을 구하기 위해 격전지에 남고, 다행히 매버릭과 루스터는 둘 다 목숨을 건진다.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서 진짜 유물 수준의 낡은 전투기 F-14에 몸을 싣는 두 사람. 거의 다 왔는데 적기가 출현하여 공격을 가하고, 낙하산도 고장 나서 정말 죽기 직전에 처하게 되는데 이때 행맨(루스터의 경쟁자)이 나타나 적기를 격추함으로 한 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임무도 완벽하게 성공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참 리뷰를 쓰기 어려운 게 훈련 장면, 전투 장면 등이 이 영화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아니라 영상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글로써 그 장면을 설명하는데 매우 한계가 있다. 줄거리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흥행하는 데에는 영상미도 영상미이겠으나 매버릭이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멋지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 다 진급할 때 아직도 '대령'인 그가 여전히 '힘'이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왜 아직 대령이냐?'라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하지만 그것은 그가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그래서 좀 더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했다. 위험한 고비도 여럿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고비를 넘긴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어 어떤 임무라 할지라도 최적화된 작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전략가가 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수많은 경험 중 그의 가슴에 가장 크게 남은 일은 동료 구스를 잃은 일이다. 그래서 매버릭은 작전 성공만큼 아이들이 살아서 귀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만 있다면 훈련 도중에 욕을 먹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이해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최선은 이들 모두가 무사 귀환하는 것. 그렇다면 지금은 이 아이들이 힘든 훈련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아버지 뻘 되는 나이이지만 매버릭은 실력으로 훈련생을 압도한다. 매버릭 나이에 이런 훈련을 견뎌냈다면 훈련생들도 견딜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작전이 승인받은 결정적 계기도 매버릭 본인이 그 작전을 그대로 수행해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페니(제니퍼 코넬리)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교관에서 쫓겨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포기하면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바로 페니이다. 매버릭이 팀 리더가 되고, 작전을 수행하고 임무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서 응원하고, 가야 할 바를 명확히 해주었기 때문이다. 돌아올 곳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각'이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어떤 순간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는 특히 생각과 전략보다는 눈을 부릅뜨고 일사의 각오를 하는 '단호함'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매버릭이 루스터에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라고 했던 말을 루스터가 매버릭을 구하기 위해 격전지에 남음으로써 실천하는 장면도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남아버렸기 때문에 루스터는 죽음 앞에 있는 매버릭을 살릴 수 있었고 최후에 그 자신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매버릭이라는 듬직한 어른을 얻었다. 


평생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축복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일을 잘하는 것도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실력과 경험은 이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앞으로 많은 날들 동안 이 현장에서 살아갈 이들에게 전수되고 그들을 세워가는 것에 사용되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지만 내가 가진 것으로 인해 충분히 '우리'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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