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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Sep 26. 2022

시티 오브 갓 (2002)

- 아비규환 속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런드

출연 : 알렉산드레 로드리게즈, 리안드로 퍼미노, 펠리페 하겐센, 세우 조르지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38위에 랭크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어 런드 감독의 <시티 오브 갓>을 보았다. 감정은 쏙 빠지고 그저 보여주는 것을 선택한 영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에서 볼 수 있는 영화적 설정이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의 고뇌 같은 것도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소재(재료) 그 자체가 영화가 된 영화. 회 뜨기 전에 팔딱거리는 생선 같은 그런 영화이다. 파울루 린스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쓴 소설이라고 한다. 모두 실화는 아니겠지만 엔딩 크레디트에서 영화 속 캐릭터의 실제 인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니, 상당 부분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영화는 브라질의 최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시다지 지 데우스(시티 오브 갓)'의 1960,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목이 왜 '시티 오브 갓'인가 했더니 그렇게 불리는 지명이었다는. 

영화 속 내레이터인 로켓(알렉산드레 로드리게즈)이 영화 속에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그가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시티 오브 갓에서 일어난 일들을 중심이 아닌 외곽에서 겪으면서 사건들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리틀 디스-리틀 제'라는 범죄자로 어렸을 때부터 살인으로 허기를 채우며 죽기 전까지 셀 수 없는 사람들을 죽인 미치광이 살인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살인마 캐릭터 중에 가장 무섭다고 여겼던 사람들(토나토 카리시의 소설 <속삭이는 자>, 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이준호-이준영,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 정도)을 떠올려봐도, 이 영화 속 리틀 제가 가장 무섭다.

사이코패스(연쇄살인마)들이 재미를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이 영화 속 리틀 제는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계략을 짠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타깃을 정한다거나 이런 게 아예 없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때나, 누구든지 개의치 않고 죽인다. 경찰이라는 집단 자체가 부패했기 때문에 이권을 위해 그를 잡아들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지옥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남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무엇을 계기로 이렇게 무법천지가 된 것인지, 치안만큼은 세계 1등인 대한민국 국민인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남미의 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지금도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 총성이 들리는 곳에서 공을 차며 뛰어노는 아이들, 마약에 쪄들어 사는 사람들. 무엇이 남미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자연환경은 세계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어서 정말 가보고 싶은 여행지인데 치안 때문에 무서워서 엄두가 안 난다는)


꼬꼬마 시절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며 갓 성인이 된 리틀 디스는 주변을 둘러보니 '마약상' 만큼 돈을 쉽게,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이 없다는 것을 본 후, 이미 지역을 나눠 약장사를 하고 있던 조직들을 일거에 장악한다. 무작정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총을 쏘고 다 죽여 버리니까 누구도 어찌하지를 못한다. 그리고 리틀 제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옆에 베니가 있었기 때문인데 리틀 디스와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범죄에 몸담았지만 리틀 제처럼 무작정 살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낭만을 알고, 사람들에게 친절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갱이 베니인 것이다. 미치광이 살인마인 리틀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지키고, 그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막아주는 사람. 그런 베니가 제의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어둠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니가 안젤리카를 사귀면서 일에도 손 떼고 시티 오브 갓에서도 떠나겠다고 하자 리틀 제는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난다. 제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는 블래키는 혼란한 틈을 타 (나이트클럽에서 시끌벅적하게 베니의 환송회를 하고 있었다) 제를 향해 총을 겨누지만 제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베니가 총에 맞아 죽는다. 이후 리틀 제는 더 걷잡을 수 없이 광폭해지는데, 베니의 친구였기 때문에 아직 조직을 뺏기지 않고 약장사를 할 수 있었던 캐롯도 위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는데 군 시절에 명사수로 명성을 날렸으나 제대 후 버스 요금을 받는 일을 하며 선량하게 살던 녹아웃 네드의 여자 친구를 리틀 제가 강간하고 그의 가족들까지 죽여버리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캐롯이 등장해 그에게 바람을 넣고, 녹아웃 네드를 얻은 캐롯파는 리틀 제파에 맞설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사진 찍는 일에 흥미가 있었던 로켓은 리틀 제파와 캐롯파의 싸움에 지옥이 된 이곳에서 도망쳐 나가고 신문사에서 심부름을 하며 사진작가가 될 기회를 엿보는데, 신문에 캐롯의 사진만 대문짝만 하게 나온 게 불만이었던 제는 로켓에게 사진을 찍게 하고, 그 사진이 예기치 않게 신문 1면에 실리면서 로켓은 사진 찍는 것을 취미가 아닌 일로써 하게 된다. 

캐롯 일당과, 제 일당의 마지막 결전의 장소에 로켓은 목숨을 걸고 가는데, 허락 없이 신문에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에 제에게 걸리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카메라를 들고 있는 로켓과 맞닥뜨리자 있는 힘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라는 리틀 제로 인해 신문사에서 원했던 사진을 로켓은 원 없이 찍게 된다. 로켓 역시 시티 오브 갓에서 살았기 때문에 깡패들이 도망쳐서 몸을 숨기는 곳, 부패한 경찰과 유착해 거래를 하는 장소 등을 꿰뚫고 있어서 로켓은 정말이지 대단한 사진들을 찍게 된다. 최후의 결과, 캐롯은 잡히고, 리틀 제는 캐롯을 죽이라고 공짜로 총을 나눠주었던 어린애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로켓은 자신의 신변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나온 사진은 신문사에 주지 않고, 깡패들이 나온 사진만 주고 그렇게 유명한 기자가 된다.



영화의 초반을 보면 모든 사람이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로켓의 아버지는 생선 장수였고, 시티 오브 갓에도 평범하게 빵을 팔고,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이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이유는 이것이다. '많은 돈을 쉽게, 그리고 빨리 벌고 싶어서'

아버지처럼 냄새 풍기며, 돌아다니면서 '생선 사세요!'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로켓은 어린 시절 열심히 공부했다. 형인 구스는 남의 것을 빼앗는 쪽을 택한다. 가족들이, 연인이 '깡패 짓 그만하고 일해서 돈 벌어'라고 말하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딴 거 해서 언제 돈 벌어!' 범죄자로 변해가는 양아치 꼬맹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쥐꼬리만 한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것으론 어림도 없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패를 지어 다니면서 빵집이며 슈퍼마켓에 쳐들어가 깨부수고 빼앗는다. 어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지독한 가난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들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동서남북을 둘러보아도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꽉 막혀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한바탕 총질을 해대기 전에 기도를 하며 신의 이름을 부른다. 생선을 팔면 오늘 하루를 살뿐이다.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마약을 팔면 단숨에 부자가 된다. 경찰은 썩을 대로 썩어서 마약상들의 뒷배가 되어주고 무기 밀매를 일삼는다. 어디를 보아도 아이들이 기댈만한 곳이 없다. 

그래도 로켓 같은 아이가 있다는 것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같은 환경 속에서 모두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 그것이 싫어서 범죄에 손대는 것 외에도 선택지는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지옥 안에서 가라앉지 않고 탈출하는 것이다. 비록 시작은 심부름꾼이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것이다. 지옥 속에서 희생자가 되거나, 악귀가 되지 않고, 지옥을 포착하고 세상에 알리는 역할. 로켓은 그것을 선택했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잘 보았으나 내용이 내용인지라 영 마음이 좋지 않다. 내가 사는 곳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던(일어나는) 일이지만, 아이들이 저렇게 쉽게 범죄에 물들어 범죄자가 되고,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괴롭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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