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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Oct 24. 2022

Everyone says I love you(1997)

- 쉽고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것'

감독 : 우디 앨런

출연 : 우디 앨런, 골디 혼, 알란 알다, 드류 베리모어, 에드워드 노튼, 줄리아 로버츠, 나타샤 리온, 나탈리 포트만


우디 앨런 감독의 1997년 작품 <Everyone says I love you>를 보았다. 우디 앨런도 다작하는 감독이라 그의 영화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여러 작품을 보았고, 그중에서 <애니 홀>, <블루 재스민> 같은 수작도 있어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관심을 갖게 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을 보면 이 사람들이 한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화려하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가 딱 내가 대학 생활을 하던 때와 겹쳐서 뭔가 더 추억이 돋았고, 가 본 적이 있는 뉴욕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나름대로는 즐겁게 잘 보았다. 또 네임드 배우들의 리즈 시절을 보고 있노라니 새삼 젊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나는 조용한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끊임없이 대사를 치면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시나리오가 참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고 곳곳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배치되어 있고, 뭐니 뭐니 해도 우디 앨런과 골디 혼의 밤의 강가에서 춤추는 씬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예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우디 앨런)스테피(골디 혼)는 이혼한 지 오래되었지만 좋은 친구로 잘 지낸다. 심지어 스테피가 재혼한 남자는 조의 친한 친구 밥 댄드리지(알란 알다)여서 어떤 일이 생기면 셋이 모여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꽤 오랫동안 지내오고 있다. 조와 스테피 사이에는 콜롬비아에 재학 중인 딸 D.J(나타샤 리온)가 있고, D.J는 엄마와 새아빠와 함께 뉴욕에서 지낸다. 그리고 새아빠가 전처 사이에서 나은 세 딸과 아들 한 명이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금슬 좋은 부부인 스테피와 밥을 제외하고는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삶의 화두는 바로 '사랑(연애)'이다. 파리에 사는 조는 지젤이 왜 떠났는지 모르겠다며 스테피와 밥(뉴욕)을 찾아와 하소연한다.(지젤은 이름만 등장할 뿐이다) 큰 딸 스카일라(드류 베리모어)홀든(에드워드 노튼)과 목하 열애 중이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왜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는 무매력남 홀든이지만, 스카일라는 그만 사랑한다. 또 새아빠와 전처 사이에 태어난 두 딸 로라(나탈리 포트만)레인(가비 호프먼)은 늘 붙어 다니면서 조잘거린다. 로라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러나 자꾸만 마주치는 어떤 청년에게 반한 상태이다. 그녀들은 늘 이 남자아이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 D.J의 친구의 엄마(정신과 의사)의 환자 폰 시델(줄리아 로버츠)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감정적인 결핍 때문에 상담을 받고 있었고, D.J는 그녀의 친구가 뚫어놓은 벽의 구멍으로 폰 시델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가 막힌 인연으로 휴가차 D.J와 함께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머물던 조는 폰을 만나게 되고, D.J의 도움을 받아(정보를 주고, 행동 명령까지 내림) 폰과 사귀는 데 성공한다. 폰은 살던 남자를 떠나 조에게로 건너오고 이제야 지금까지 그녀가 꿈꿨던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민주당 당원인 엄마 스테피는 사회 운동에 매우 열성적이다. 홀든과 결혼하기로 한 스카일라. 댄드리지 부부는 홀든의 부모까지 초대해 스테피의 생일파티를 연다. 그런데 스테피는 막 석방된 중범죄자인 찰스 페리(팀 로스)까지 초대하는데, 그의 언사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스카일라는 그를 데리고 발코니로 나간다. 그런데 찰스가 스카일라에게 미친 듯이 들이대며 급기야 그녀에게 키스를 하는데, 스카일라는 그만 그의 키스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홀든에게 반지를 돌려주고 찰스와 사귀는 스카일라.. 

베니스에서 만난 뱃사공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겠다는 D.J는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과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이내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데..

짝사랑남에게 말을 거는 데에 성공한 로라. 그렇게 로라와 그 짝사랑남과 레인은 몰려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짝사랑남의 마음은 로라가 아닌 레인을 향하게 되고...

강성 공화당 지지자였던 밥의 아들 스캇(루카스 하스)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갔다가 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치료를 받자마자 민주당 지지자가 되는데..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 음악이 나오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적절하게 섞여 있는데, 특히 영화의 끝에서 밤의 센 강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골디 혼이 노래를 부르며 와이어를 타고 우디 앨런과 춤을 추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골디 혼은 45년 생으로 이 영화가 97년 개봉이니 쉰이 넘은 나이인데도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하다. 이보다 더 나이 든 모습만 보다가 쉰만 되어도 아직 이렇게 젊구나 싶었다. 


자, 그러면 왜 조와 스테피가 함께 춤을 추는가.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로서의 정은 아니어도 오랜 세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나는 여전히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이 너의 행복, 또 나의 행복과 직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나의 행복을 찾아 살고 있으니 당신도 함께 있어 행복해질 누군가를 만나 행복해지길 바란다. 두 사람에게 이 마음이 있기에 두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어 있는 센 강에서 기분 좋게 춤을 출 수 있다. 그리고 또 그 마음을 간직한 채,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고는 못 사는 사람들이다.

계속 누군가를 갈망하고 자기 옆에 누군가가 있기를 바란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먼저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그 대상이 자주 바뀌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조와 스테피의 관계가 대비된다. 이혼한 사이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소유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그런 관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는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불릴만한 좀 더티하게 엮인 관계를 아주 싫어하는 편이다. 전남편의 친구와 재혼?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매가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것도,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금사빠 금사식도, 연애를 위한 연애도 다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디 앨런 감독이 영화를 참 잘 풀어냈다. 왠지 이들을 이해하고 싶어 지고, 또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의 관계가 어떠한지에 얽매이지 않고, 여전히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하겠다는 그 마음이 참 예쁘다. 또 스카일라가 홀든에게 다시 돌아갔을 때 그녀를 기쁨으로 받아준 홀든의 마음도, 지금은 슬프겠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해결이 될 로라의 마음도, 언젠가는 대체 불가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정착하게 될 D.J도 상상하고 또 기대하게 된다.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만나는 과정을 통해 아마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또 내가 바라던 것의 실체를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 함께 하며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는 시대.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 중에 '너'만은 끝까지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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