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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Dec 24. 2021

개입 vs 간섭, 스스로가 의심된다면

자녀의 마음은 허용하고 행동에만 개입하세요.

  어른들에게도 하기 싫은 일과 미루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장거리 운전이나 차례 음식 만들기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계절이 바뀌어 옷장 정리를 해야 할 시기가 오면 다짐만 반복하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기도 하지요. 이때 누군가가 '어차피 할 일인데 기분 좋게 해'라고 말하거나, '당연히 네가 할 일인데 왜 힘들다고 투덜거려'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무리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마음이 뾰족해지며 ‘별걸 다 간섭이야!’하는 반감이 올라오지요. 생각처럼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 귀찮은 일이긴 해'라거나 '요즘 열심히 했자나. 좀 쉬면 다시 마음이 생길거야'라는 말을 들었다면 조금은 의욕이 올라오지 않을까요?  


  개입의 의미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에 끼어든다’입니다. 간섭의 의미는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끼어든다’입니다. 개입과 간섭은 한 끗 차이입니다. 부당한가 아닌가가 그 기준이지요. 참 아리송합니다. '부당하다'는게 뭘까.... 오늘 제가 가볍게 정해드릴게요. 좋은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은 부모 역할입니다. 그러므로 자녀의 올바른 학습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개입입니다. 그렇다면 어디부터 간섭일까? 자녀와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간섭입니다. 대충 하고 놀고 싶은데 똑바로 할 때까지 붙잡아두는 부모에게 화가 나는 자녀의 마음. 그 마음은 자녀의 것입니다. 불만에 가득찬 마음을 존중하고 자신의 마음이 좋지 않더라도 올바른 행동을 해야함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이것은 개입입니다.


  주도성과 자율성이 높은 아이들이 경우에는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에 더 큰 불만을 품습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입니다. 다루거나 이끌기 좀 힘든 기질을 가진 아이들도 분명히 있지요. 어떤 경우라도 자녀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자녀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감정까지 우리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부당한 참견입니다. 자녀의 학습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님 중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이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괜찮은 것으로 바라봐줄 때 우리는 건강한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나의 욕구가 좌절되면 누구나 반감이 듭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자녀의 마음을 부모가 원하는 것으로 바꾸고 싶다면 그것은 간섭입니다. 개입하는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존중하고 동의합니다. ‘맨날 게임은 신나서 하면서, 공부도 좀 그렇게 하면 안 되니!’ 보다 ‘게임을 중단하는 상황이 너무 힘든 거 알아. 하지만 이제 그만해. 속상한 마음이 들겠지만 조금 버텨보자’라는 표현이 자녀에겐 좀 더 났습니다. ‘틀린 문제를 당연히 풀어야지, 그럼 처음부터 틀리지 말든지!’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틀린 문제 다시 푸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엄마도 알아. 하지만 중요한 일이니까 힘을 내어보자’라고 말하는 것이 자녀에게 이롭습니다. 자녀의 마음을 허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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