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채용 뉴스보다 중요한 것
“기자님, 중기 상장사 홍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뭘까요?”
업무 중 친한 홍보 담당자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기존 업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정리해 기획서를 작성하는데 의견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인력이 적어 PR을 중심으로 마케팅이나 IR을 함께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실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나는 새로운 인재 영입 이후 기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가 궁금하다고 답했다. 많은 기업이 국내외 유수 기업 출신 인재를 영입했다고 알린다. 보도자료에는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소개하며 ‘업계 전문가로 통한다’,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그 인물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후속 보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자 역시 그 인물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사람이 맞물릴 때 형성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부도덕한 구성원이 이를 유출한다면 조직은 치명상을 입는다. 반대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전략으로 연결할 인재가 없다면, 우수한 원천기술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채용 공고보다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기업은 새로운 인재 영입을 크게 알리지만, 실제 경쟁력은 그보다 오래 남아 있는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조직에 오래 머문 구성원은 기술뿐 아니라 사업의 맥락과 의사결정의 배경까지 함께 축적한다. 이런 경험은 단기간 채용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직의 인재 수준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투자자는 공시의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을 통해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평균 근속연수다. 건강한 조직과 유연한 기업문화를 갖춘 기업은 대체로 근속연수가 길다. 구성원들이 그 회사를 안정적인 선택지로 평가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잦은 이직은 숙련의 단절을 낳는다. 프로젝트 흐름이 끊기고, 사업 일정은 지연되며, 조직의 기억은 희미해진다. 그 비용은 재무제표에 즉시 드러나지 않지만 경쟁력에는 축적된다. 실제로 기술 기업에서는 핵심 개발자가 회사를 떠난 뒤 프로젝트 일정이 크게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술 자체보다 이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인재 쟁탈전은 치열하다. 스카우트 제의는 상시적으로 이뤄진다. 실무 숙련과 팀워크 형성에 시간이 필요한 산업이라면 핵심 인력 이탈은 더욱 치명적이다. 연구개발 인력 비중 변화, 1인당 평균 급여 추이 역시 함께 점검해야 한다. 사람이 줄고 보상이 약해지면 기술 경쟁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육아휴직 사용률과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자 수는 조직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보여준다. 사용률이 높고 복귀 이후 이탈이 적다면 ‘눈치’와 ‘인사 불이익’의 벽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화는 숫자로도 읽힌다.
임원 변동은 보다 직접적인 신호다. CFO, CTO, 영업총괄 등 핵심 임원 교체는 전략 수정 가능성을 내포한다. 교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내 반복 교체가 발생하고, 실적 둔화나 전략 변경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이는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바뀌면 의사결정의 기준도 바뀐다.
신규 선임·사임·해임 여부와 함께 교체 사유가 반복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IR 자료에서 핵심 임원 소개가 바뀌었는지, 컨퍼런스콜 발표자가 교체됐는지, 언론 인터뷰의 얼굴이 달라졌는지도 단서가 된다. 숫자와 장면을 함께 읽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급성장한 기업은 신규 채용이 급증하면서 평균 근속연수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절대 수치보다 업종 평균과의 비교, 최근 3~5년의 추이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과 구조의 일치다. 밖에서는 “인재가 경쟁력”이라고 말하면서 근속연수가 짧고 보상이 단기 매출 중심이라면, 그 메시지는 선언에 가깝다. 인재를 자산으로 보는 기업은 장기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핵심 인력이 머물 이유를 만든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화려한 채용 뉴스가 아니다. 누가 남아 있는가, 그리고 왜 남아 있는가. 그 질문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