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버지의, 주행거리 29만 km를 자랑하는 오래된 포터 트럭 뒷자리에 올라타고 시내 구경 가는 길.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감 어린 티키타카를 들으며, 새삼 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양친이 건강하신 것만으로도 참으로 큰 복이다. 세상 기술이 좋아져 자율주행 차들도 많다고 말씀하시면서, 수동기어 포터 트럭을 솜씨 좋게 운전하시는 아버지.
한마디 덧붙이신다.
"그래도, 사람 노력이 들어가야지. 그냥 되는 게 아냐." 그렇다. 뭐든지 사람 노력이 필요한 거다. 잊지 말자. 난 부모님의 믿음직하고 자랑스러운 딸이다.
오늘의 깨달음 0816
아버지는 작년 폐암 선고를 받으신 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시며 완치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셨다. 우선, 유머 실력이 한층 좋아지셨고 건강에 나쁜 습관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게 되셨다. 위기를 일종의 기회로 전환하신 것이다. 수술받으실 때도 전혀 절망의 태도를 보인다거나 좌절해 있지 않으셨다.
이러한 부모님의 위기극복 DNA는 당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자식들에게 유전된다.
문득, 김구 선생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늘의 깨달음 0817
횡단보도 근처에 다다를 즈음 보행신호가 켜졌다.
급한 마음에 뛰어가다가, 아뿔싸, 투 스트랩 뮬 샌들의 끈 하나가 맥없이 툭 끊어져 버렸다.
샌들이 '게다짝'마냥 하늘로 날아가 저만치 떨어진다.
하필이면 도로에 정지해 있던 버스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발 망가진 것보다 창피스러움에 더 신경이 쓰였다. 허헛. '버스 안의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려나? 아, 부끄러워' 생각하다가 이내, 어차피 그 버스는 지나갈 것이고 그들은 나를 금방 잊을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 대담해졌다.
6cm 굽의 샌들 한쪽만 신은 채 근처 마트로 절뚝절뚝 걸어가 화장실용 슬리퍼를 사서 그걸 신고 집으로 걸어갔다, 보무도 당당하게.
슬리퍼는 매우 폭신하고 편했다.
엣지를 잠깐 포기하면 발은 편안하다.
하지만, 엣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오늘의 깨달음 0818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 운동을 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무거운 카트에 기댄 채 보행신호를 기다리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백발에 구부정한 허리, 연세가 많아 보이신다.
이런 걸 그냥 못 지나치는 나인지라, 할머니께 다가가 카트를 들어드리겠다고 했다. 댁 근처까지 걸어가면서 뙤약볕에 이렇게 다니시면 위험하다고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원래 이렇게 뜨거워야 하는 거야 여름은. 이렇게 뜨거운 날이 있어야 곡식이 잘 여물어."라고 하신다.
그렇죠, 또 추운 날도 있어야 해충이 죽어 땅이 건강해지죠라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
어르신들과 얘기를 하면 뭐든 얻어가는 게 있다. 자연의 섭리, 인내, 순응, 감사함, 내려놓기, 너그러움. '너의 말도 옳고 그의 말도 옳다'라는 황희 정승과 같은 포용력.
오늘의 깨달음 0819
앤틱 괘종시계를 볼 때 사람들은 흔히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다이내믹한 시계추에 그 눈길이 가게 되어 있다. 이 추때문에 시계 바늘이 움직여 시간이 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좌우로 움직이는 그 현란함에 눈을 계속 맞추고 있으면 이내 약간의 어지러움이 동반된다. 눈이 빙빙 돌아간다. 그러나 아는가? 시계추의 중심을 잡아 주는 고정부가 부실하면 시계추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시계 외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정부의 튼실함을 확인하는 방법은, 오랜 세월 두고 보며 바늘이 제대로 가는구나 확인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지속 가능한 내구성.
바늘이 부지런히 돌아갈 것이라는 오래된 신뢰, 믿음.
난 그래서 앤틱이 좋다.
오늘의 깨달음 0820
웃고 싶을 땐 호탕하게 웃어 주기 울고 싶을 땐 조금 울어 주기 소중한 것은 더 소중하게 다뤄주기 고마운 것은 꼭 고맙다고 표현해 주기 다정하게 얘기하고 환하게 웃어주기 날카로운 독설은 좀 무디게 만들어 주기 재미있는 건 뭐든 해 보기 고요한 마음 유지하기 범사에 감사하기 나 자신과의 약속은 꼭 지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