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Nov 29. 2018

두 여자 상경기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미스 헬로우(へば!Helloちゃん)》

  ‘상경’이라 하면 지방에서 서울로 옴을 말하는데 그 낱말에는 왠지 모를 설렘이 들어있다. 


  여기 해맑은 시골 처녀 순이와 하루오가 멋진 도시로 온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가는데 안타깝게도 끝도 그렇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순이    

ⓒ 학산문화사

  의붓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순박한 시골 처녀 순이. 


  순이는 돼지 먹이를 모으러 읍내 식당들을 돌다 은행 앞에서 보리무늬 옷을 입은 세련되고 멋진 여자를 만난다. 


  순이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그 여자는 은행을 턴 3인조 무장 강도였다.


  순이는 인질이 되지만, 보리무늬 옷을 입은 여자 때문에 풀려난다. 


  무장 강도들은 경찰과 맞서다 총에 맞아 죽고 기레기들은 순이를 그냥 두지 않는다.


  순이는 그 모든 일이 버겁다.


  요즘이었다면 조회수를 노리는 유튜버들까지 설쳤을 테니 더 지옥이었을 것이다.


  기자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순이를 고향에 들른 동무 창수가 구해주고 창수와 결혼을 꿈꾸었던 순이는 참외밭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순이가 부담스러웠던 창수는 그 길로 서울로 떠나버리고 순이는 임신한 사실을 안다. 


  몰래 아이를 지우려다 의붓아버지에게 들켜 죽을 만큼 얻어맞는데 그 시끄러움에 동네 사람들도 알게 된다. 


  도망치듯 서울로 온 순이는 창수에게 연락해 술집 여자 가사도우미 자리를 얻는다. 


  한 달 뒤 그곳에서 나온 순이는 직업소개소에서 재봉일을 가르쳐준다는 작고 허름한 봉제공장을 소개받고 친구도 사귄다. 


  봉제공장을 나와 공단 재봉보조로 들어간 순이는 얄궂게도 창수를 다시 만난다. 


  창수는 공장 사장 딸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요즘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이다


  요즘도 그런데 만화에 나오는 그때야 더 말해 뭣할까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순이와 막아야 하는 창수


  둘은 또 그렇게 어긋난다.  


  해맑았던 시골 처녀 순이는 읍내에서 만났던 보리무늬 옷을 입은 여자처럼 바뀌어가고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창수를 벌하며 세상 끝으로 나아간다.

보리무늬 옷 여자처럼 바뀌어가는 순이 ⓒ 이현세

  이 작품은 1987년 5월 1일 자로 발행된 <주간만화창간호에 실렸


  방학기(1944-), 이두호(1943-), 이희재(1952-), 한희작(1943-), 이렇듯 쟁쟁한 만화가들 작품 가운데 최대 볼거리는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였다. 


  글 작가는 《공포의 외인구단》과 《지옥의 링》을 쓴 김민기(1954-)이다. 


  만화 제목으로도 쓰인 꽃며느리밥풀은 한국과 일본, 중국에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이 작품은 다른 이현세(1956-) 작품보다 먹칠이 많고 색이 짙은 톤을 써 명암이 뚜렷했다. 


  만화 《야수라 불린 사나이》로 알려진 장태산(1953-) 화실에서 만화원고에 배경을 그리던 사람이 이현세 화실로 옮겨와 중요작품 배경을 그렸다. 


  배경 명암을 거즈에 제도용 잉크를 묻혀 찍는다든지 하는, 다른 화실에서는 하지 않는 그림으로 앞서가는 실력 있는 그림쟁이였다. 


  허영만 화실로 가고 싶다던 그를 이현세가 짬뽕을 사주며 설득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이 때문에 만화가 문하생들 사이에는 ‘짬뽕 신화’라는 말이 돌았었다. 


  미스 헬로우 하루오     

ⓒ 講談社

  시골 야쯔고야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 하토리 하루오는 그 학교를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시킨다. 


  그렇지만 남자친구인 투수 깅고로는 우승을 했음에도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한다.


  하루오는 대학 때문에 도쿄로 가는데 졸업하면 시골로 내려와 남자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우연한 기회에 번화가로 이름난 긴자 거리 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된 하루오는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며 저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다독여 준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성공한 만화가부터 프로야구 선수재벌그룹 회장까지 다 하루오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


  돈 많고 명예도 있는 사람들이 순박한 시골 처녀에게 푹 빠졌다. 


  여느 여자라면 이럴 때 어떤 생각을 할까? 


  하루오도 좋아하던 야구선수에게 잠깐 흔들리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졸업하자마자 첫사랑이기도 한 깅고로 곁으로 돌아간다. 

    

  요즘 생각으로 보자면 하루오는 바보이다. 


  대그룹 회장도 자신에게 반한 터라 마음만 먹으면 상류사회가 눈앞에 있는데 말이다.

ⓒ 小林 まこと

  이 작품을 그린 고바야시 마코토(小林 まこと, 1958-)는 격투만화를 잘 그리는 작가이다. 


  국내에 《다 덤벼》라는 제목으로 나온 프로 레슬링을 소재로 한 《1·2의 산시로(1・2の三四郎)》로 고단샤(講談社) 만화상을 받았다.  


  순이가 공장에서 파업을 벌이지 않고 그냥 피해 갔더라면?


  하루오가 대기업 회장 청혼을 받아들였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또 다른 재미가 있는 두 여자 상경기이다.



  ·보리무늬 옷 여자처럼 바뀌어가는 순이 그림은 작품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색을 입혔습니다.


  작가 저작권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을 이야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