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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Dec 19. 2018

대한민국에 바치는 만화

《YAHOO》

  반면교사(反面敎師). 


  주로 다른 사람이나 사물 잘못됨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사회는 그런 가르침을 얻지 못한다.

ⓒ 최광모,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서른두 사람이 죽고 열일곱 사람이 다친 1994년 10월 21일 서울 성수대교 붕괴. 


  ·열두 사람이 죽고 한 사람은 실종되었으며 다친 사람 예순다섯에 육백여 사람이 집을 잃은 1994년 12월 07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스폭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 중앙일보

  ·자그마치 오백한 사람이 죽었고 실종 여섯에 다친 사람만 구백삼십일곱인 1995년 06월 29일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유치원생 열아홉을 비롯해 스물세 사람이 죽은 1999년 06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씨랜드 화재 참사. 


  ·일백구십두 사람이 죽고 일백사십여덟이 다친 2003년 0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


  ·이주노동자 열 사람이 죽고 열일곱이 다친 2007년 02월 11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 연합뉴스

  ·마흔이나 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2008년 01월 07일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마흔이나 되는 대한민국 해군 장병이 목숨을 읽고 여섯 사람이 실종된 2010년 03월 26일 해군 초계함 PCC-772 천안이 백령도 쪽 해상에서 침몰한 사건. 


  ·열여섯 사람이 죽은 2011년 07월 27일 서울 우면산 산사태. 


  ·네 사람이 죽고 스물넷이 다친 2012년 08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화재. 


  ·열 사람이 죽고 백스물다섯이 다친 2014년 02월 17일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된 2014년 0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스물아홉 사람이 죽고 마흔 사람이 다친 2017년 12월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고양저유소 휘발유 탱크 폭발화재 ⓒ 연합뉴스

  ·한강이남 지역에서도 불기둥과 시커먼 연기를 볼 수 있었던 2018년 10월 07일 고양저유소 휘발유 탱크 폭발화재. 


  ·한 젊은 노동자가 안타깝게 죽은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 사고.


  하나하나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젊은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석탄 운반설비는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2011년 07월 27일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쏟아붓듯 내린 비 때문이지만 무분별한 난개발이 한몫했다. 


  2013년 05월 04일 복원 기념식을 했던 숭례문은 다섯 달 만에 단청이 벗겨지고 목재는 금이 갔다. 

  

  기본 원칙을 무시한 복구 작업 때문에 단청과 지반, 기와를 다시 해야 했는데 42억 원이라는 세금이 더 들어갔다.

단청이 벗겨지고 목재는 금이 간 숭례문 ⓒ 경향신문

  이 모두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을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한국 정서 내지는 관행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어이없게도 비슷한 사고가 참 많이도 일어난다.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면 불같이 성을 내지만, 또 빨리 식어버려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은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다. 


  우리 국민은, 


  사회는, 


  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 랜덤하우스코리아

  80년대 이후 일어났던 큰 사건을 다루며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윤태호(1969-) 작품 《야후》. 


  작가 나이로 봐서 작품에 나오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는 셈이어서 현실과 상상을 적절하게 풀어낸 듯 보인다. 


  제목으로 쓰인 ‘야후’는 조너선 스위프트 작품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사람 모습을 한 야수를 가리킨다. 


  이 작품은 사는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젊은이 김현과 신무학 이야기인데 그들 아버지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현은 아버지와 함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한다.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깔려 죽는 아버지를 봐야 하는 열아홉 살 아들은 너무도 큰 충격을 받는다. 


  저 상황에 누군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심리학용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있는데 김현이 그걸 겪지 않나 싶다. 

      

  아버지와 추억이 담긴 집을 팔고는 죽으려고 오토바이로 폭주하는 김현을 오토바이 기동대 김윤수가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뜻에 따라 수도경비대라는 곳에 들어간다. 

김현 ⓒ 윤태호

  딴생각할 틈도 없는 팍팍한 그곳 생활과 아버지 같은 김윤수는 김현을 안정시켜 준다.


  뭐든지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아버지를 미워해 삐딱하게 행동하던 신무학은 돈이 없으면서도 떳떳했던 김현을 부러워해 김현이 있던 수경대에 들어간다. 


  어울리지 않아 보이던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신무학은 미워만 했던 아버지가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암까지 걸리자 비로소 안타까워한다.


  한편 김현에게 작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들어가 깔려 죽는 여고생을 보게 된다. 


  바로 아버지 죽음과 같은 것이어서 애써 잊고 있었던 고통이 다시 살아나는데…. 

 

  우리는 날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접해서인지 웬만한 사건쯤은 무관심하다. 


  그런 무관심이 만든 병들어버린 사회. 


  그래서 만화 속 김현이 한 분노는 옳다. 


  이제 무관심을 버리고 분노해야 한다. 


  그 분노가 사회에 울림이 되어 인재로 말미암은 참사는 없기를, 그래서 더는 소중한 사람들이 사라지는 슬픔이 없기를…


  …바란다. 


  윤태호도 분노를 모르는 불감증 걸린 사회를 위하여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1999년 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받기도 한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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