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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Oct 02. 2018

자식을 미안하게 만드는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로망스》

  해마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나이 예순다섯 살을 넘긴 사람이 738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4.83%를 차지했다. 


  예순다섯 살을 넘는 사람이 14%면 고령사회라니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11월에 내놓은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노인 빈곤율은 42.7%, 76세 넘는 노인 빈곤율은 60.2%로 비교 대상 서른여덟 개 나라 가운데 1위였다.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예순다섯 살 넘는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에 55.5명으로 오이시디 평균 자살률 12명에 비해 다섯 배에 달한다고 한다. 


  ‘노인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박물관 하나가 불탄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이시디 회원국에서 노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지만, 가장 빠르게 는 나라는 우리나라였다.


  그럼 노인 하면 뭐가 떠오를까?


  안타깝게도 수구꼴통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데다 ‘노인충’(노인과 벌레를 합친 말),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라는 뜻), ‘연금충’(기초노령연금으로 사는 벌레라는 뜻) 하는 혐오 표현들도 있다.


  이러니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소재로 한 만화가 나올 수 있을까? 


  나온다고 해도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노인 하루를 만화로 재미있게 나타낸다는 자체가 또 쉽지가 않다. 


  그러나 그걸 과감히 깬 작가들이 있다. 


  강풀(1974-)과 윤태호(1969-)이다. 


  강풀은 제 할머니를, 윤태호는 장인·장모를 모델로 해서인지 작품 속에 따뜻함도 듬뿍 담겨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 재미주의

  “강풀 작품《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는데 심장으로 옵니다.” 


  만화가 이희재는 강풀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덜덜거리는 낡은 오토바이로 우유 배달을 하는 김만석 할아버지.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송 씨 할머니. 


  주차관리를 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부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일흔을 넘긴 노인 넷이 그려가는 사랑 이야기이다. 


  이들에게는 저마다 슬픈 얘기가 하나씩 있다. 


  그 얘기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콧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달동네에서 폐지를 주우며 혼자 살아가는 송 씨 할머니에게 고집불통에다 고함을 잘 치는 김만석 할아버지가 관심을 두는 데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송 씨 할머니 ⓒ 강풀

  김만석 할아버지만 그나마 여유롭지 다들 어려운 살림들이다. 


  그래서 만화에 나온 노인들은 치매에 걸린 장군봉 할아버지 부인만 빼고는 다 일을 한다.   


  이 만화를 본 독자들이 부모가 그립다고, 잘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은 그 소중함과 가치가 차고 넘친다.


  《로망스》     

ⓒ 애니북스

  《로망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자식들에게 부양받을 나이지만 오히려 자식을 데리고 산다. 


  그래서 신혼인 자식 부부나 부모도 서로 괴롭다.


  공무원을 정년퇴임을 하고 하루하루를 따분하게 사는 김이용 노인. 


  월남전에서 날렸다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파랑새 노인. 


  어린 손자 우유를 뺏어 먹는 반 치매 노인과 열쇠장이 노인. 


  우리 둘레에서 봄 직한 노인들이 다 나오는 이 만화는 3등신으로 희화화해 삶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자식 부부 싸움을 화해시키려 애쓰는 장면에선 부모 역할은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부모에게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일 뿐인가 보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 예순다섯 살 넘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성생활을 한다는 사람이 66.2%, 그러니까 노인 셋에 두 사람꼴로 성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들 성 문제는 어색하게 받아들이거나 애써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이다. 


  《로망스》는 그런 노인들 성생활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늙어도 꽃은 꽃이라며 마음은 여전히 청춘임을 밝힌다.


  작가는 이 만화 모델이 됐던 장인 장모 눈치를 살펴야 할 만큼 고심했다고 하는데 그걸 알아주기라도 하듯 이 작품으로 문화부가 주최하는 ‘2002년 출판만화대상’에서 저작상을 받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로망스》는 자식을 참 미안하게 만든다. 


  어떻게 해야지만 그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까? 


  답은 두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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