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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Sep 19. 2018

당신은 그를 선택하지 않는다

《몬스터(モンスター)》 《엔젤전설(エンジェル伝説)》

  꿀벅지


  아찔한 뒤태


  보일락 말락


  터질 듯한 탄력 가슴 뽐내  


  속바지가 다 보여 


  나이 잊은 극강 섹시미    


  다름 아닌 신문기사 제목으로 나온 문구들이다. 


  외모지상주의다.


  공부를 잘해도 예뻐야 하고, 노래를 잘 불러도 예뻐야 하고, 나이 먹어도 예뻐야 한다.


  못생긴 얼굴로 버티기란 쉽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는 어떤가. 


  주인공은 잘생기고 착한데 악당은 날카롭고 잔인한 성격으로 나온다. 


  주인공이 조직폭력배나 사기꾼으로 나와도 잘생기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를 다른 눈길로 바라본다.


  얼굴만 보고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생김새는 중요하게 다가오고 실용서들은 첫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노래한다. 


  그래서인지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이 늘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범위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미국 한 대학 심리학자가 발표한 바로는 사람은 0.1초 만에 상대방 매력도나 신뢰도를 판단한단다. 


  한마디 말을 주고받아도 몇 초는 걸릴 텐데 바로 판단을 해버린다니 어찌 생김새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몬스터 ⓒ 小学館(쇼가쿠칸) / 엔젤전설 ⓒ 集英社(슈에이샤)

  우라사와 나오키(浦沢 直樹, 1960-) 작품 《몬스터》와 야기 노리히로(八木 教広, 1969-) 작품 《엔젤전설》. 


  이 두 작품에서 선함과 악함은 우리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몬스터》에 나오는 요한 리베르토는 한마디로 귀티가 줄줄 흐른다. 


  그러나 그는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반면 《엔젤전설》에 나오는 기타노 세이이치로는 찢어진 눈에 험악한 생김새, 거기에다 괴기스러운 웃음까지. 


  상당한 비호감이지만 마음만은 천사 저리 가랄 만큼 착하다.   


ⓒ 2018 만화그리는목각인형

  절대 선은 악이라고 하고 선과 악은 공존한다고 한다. 


  그럼 이 두 작품에서 이번엔 인물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보기가 훨씬 편한가? 

         

  몬스터 


  뛰어난 수술 솜씨를 지닌 일본사람 겐조 덴마. 


  병원장 총애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동딸과 약혼까지 한 한마디로 잘 나가는 신경외과의다. 


  어느 날 밤 덴마는 시장을 우선 수술하라는 원장 말에도 먼저 이송돼온 요한과 쌍둥이 여동생 안나를 맡는다. 


  덴마 솜씨로 요한은 살아나지만 덴마가 집도를 거부한 시장은 그만 숨지고 만다.


  이 일로 덴마는 앞길이 창창한 뇌 전문의에서 밀려난다. 


  그 뒤 병원 중심 세력이던 병원장과 외과 부장, 덴마 뒤를 이은 외과 레지던트 치프(chief)가 독살을 당한다. 


  그로부터 아홉 해가 흐르고, 어느 병원 외과 부장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던 덴마는 그때 실종됐던 요한과 우연히 만난다. 

요한 리베르트(Johan Liebert) ⓒ 浦沢 直樹

  자신이 구해낸 소년이 몬스터임을 알게 된 덴마는 절망하고 그를 살려 낸 책임을 지려 요한을 쫓는다.     


  동독 정부가 무너지기에 앞서 냉혹한 인간을 키우고 있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몬스터》. 


  한 인터뷰에서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런 말을 했다. 


  “사회에서 봤을 때 무엇이 악이고 선인지는 늘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습니다.”


  철저히 실험 때문에 만들어진 요한과 안나. 


  요한은 고아를 대상으로 인간병기 프로젝트를 실험하던 ‘511킨더하임’ 출신으로 여동생 안나 말고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요한은 악역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보이는 대로 살고 싶지 않았을까?


  엔젤전설    


  창백한 얼굴에 눈 밑 그늘, 눈썹까지 없어 무척 험상궂어 보이는 학생이 전학 온다. 

기타노 세이이치로(北野誠一郎) ⓒ 八木 教広

  꽤 문제아로 보이지만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인다. 


  더구나 그가 다녔던 학교에서 성적도 좋고 무척 성실하다는 추천장까지 들고 왔다.


  험악한 생김새 하나로 단숨에 캡장으로 떠받들어지는 기타노 세이이치로. 


  싸움이라곤 전혀 할 줄 모르는 그는 이때부터 많은 도전을 받지만 원래 성격 때문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선입견을 지닌 주변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과정을 재미있게 나타낸 만화이지만 실제로 이러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우선 성형수술을 권했을 듯하다. 


  그럼 편견이라는 벽에 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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