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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Aug 30. 2018

두 여자는 행복했을까?

《오! 한강》

  지주 딸 김혜린


  일본 관리 딸 야스꼬


  북한 혁명당원 손미숙.


  《오! 한강》에는 이렇듯 세 여자가 나오는데 야스꼬와 손미숙이 주인공 강토와 직접 관계를 맺는다.   

  

  강토는 그림을 그린다. 

강토 ⓒ 허영만

  일본 관리 딸인 야스꼬 때문이었다. 


  일제 강점기 막바지인 1945년 여름, 산에서 그림 그리던 야스꼬를 동네 불량배 뚝배가 겁탈하고 죽이려 할 때 강토가 구해준다. 


  야스꼬가 두고 간 그림 도구를 간수하던 강토는 자연스레 그림에 관심을 둔다.  


  해방 뒤 서울로 올라와 그림을 배우면서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들던 강토는 뚝배와 같이 간 술집에서 기녀로 있던 야스꼬를 만난다. 

야스꼬 ⓒ 허영만

  강토는 야스꼬에게 누드모델을 부탁하고 그림을 다 그린 날 둘은 사랑을 나눈다.


  강토는 안영자로 이름을 바꾼 야스꼬와 사는데 생활은 술집을 나가는 야스꼬가 책임진다. 


  어느 날 야스꼬가 흑인 병사와 잤다고 느낀 강토는 배신감에 편지 한 장을 남겨놓고 떠나버린다.


  그 뒤 공산주의자가 되어 월북하고 남한에서 의형제를 맺었던 남로당 간부 손병수 누이동생 손미숙을 만난다.


  강토는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미숙에게 오히려 묘한 감정을 가진다. 


  강토가 그림 실력으로 각종 홍보물을 그리며 열성당원으로 인정받자 그제야 미숙은 관심을 보인다. 


  그즈음 전쟁이 터지고 전쟁에 나가기로 한 강토는 미숙과 사랑을 나눈다.


  반공 포로가 된 강토에게 풀려날 기회가 온다. 


  남쪽과 북쪽 가운데 남쪽을 택한 강토는 역에서 미숙과 그림 같이 만난다. 


  탈출하다 겨우 목숨을 건진 탓인지 미숙은 종교와 남편 강토에게 무서우리만큼 집착한다.

손미숙 ⓒ 허영만

  강토는 힘들게 페인트칠하는 일을 얻지만, 과거 전력 때문에 쫓겨난다. 


  야스꼬와 함께 기녀로 있었던 여자와 우연히 부딪친 강토는 흑인 병사 일이 오해였으며, 야스꼬가 강토 아기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강토는 미안함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강토와 달리 아내 손미숙은 어떻게든 살아가려 애쓴다. 


  국전에 입상하면서 화가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강토에게 야스꼬가 입원해 있다는 연락이 온다. 


  살면서 지켜주지 못했던 야스꼬를 마지막만은 지켜준다. 


  야스꼬에겐 강토 핏줄인 딸이 있지만, 강토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야스꼬와 손미숙은 강토가 그림만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찌 됐든 강토는 그 여자들 덕분에 행복했다. 


  그럼 그 여자들은 행복했을까?     

김혜린 ⓒ 허영만

  만화가 정권 선전매체로서 더할 나위 없다고 여겼는지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권은 허영만(1947-)에게 공산주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만화를 맡겼는데 그게 《오! 한강》이었다. 


  주인공이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며 공산주의에 푹 빠져 월북하지만 이내 환멸을 느끼고 남한으로 내려와 새 삶을 산다는 이야기니 전두환 정권 입맛에 딱 맞는 내용이랄 수 있다. 


  그러나 《오! 한강》은 도리어 저항정신을 북돋웠고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한몫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 한강》은 1987년 6월부터 월간 <만화광장>에 연재했는데 연재가 끝나자 <만화광장>은 판매 부수가 많이 떨어졌고 끝내 문을 닫고 만다. 


  월간지 판매 부수를 쥐락펴락하는 작품이었던 셈이다.   

  

  “저는 스토리 작가라는 단어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마치 초기 이야기 설정만 하고 만화가에게 모두 맡긴 뒤 대사만 쓰는 뉘앙스를 주잖아요. 영화도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도 드라마 작가라고 하지, 드라마 스토리 작가라는 단어는 없잖아요.”      


  글을 쓴 김세영(1953-)이 한 말인데 이 작품으로 만화 스토리 작가 위상을 올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때 거리 풍경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 만화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야깃거리였다. 


  사진자료집을 보고 그렸는데 화실을 돌아다니며 만화가들에게 이러한 사진자료집을 팔러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 가디언

  《오! 한강》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만화 대작이다. 


  이렇듯 두 여자만 떼놓고 봐도 재미가 있으니. 



  ·야스꼬, 손미숙, 김혜린 그림은 작품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색을 입혔습니다.


  작가 저작권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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