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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Oct 10. 2018

몇몇을 위한 슬픈 그림

《옥션하우스(オークション·ハウス)》·《갤러리 페이크(ギャラリーフェイク)》

  위작 의혹이 제기됐던 박수근(1914-1965) 화백 작품 ‘빨래터(72×37㎝)’가 재감정 끝에 진품 판정을 받았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이중섭(1916-1956) 화백 그림은 그 아들이 위작 유통에 나서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천경자(1924-2015)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던 ‘미인도(26×26㎝)’를 보고 자신이 그린 작품이 아닌 가짜라고 했다. 

천경자 ‘미인도’ ⓒ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미술 감정 연구기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도 위작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2016년 12월 19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한국 현대미술 큰 나무라고 일컫는 이우환(1936-) 화백 그림 13점에 대해서 경찰이 위작이란 감정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다.


  천경자 화백은 자신이 그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수사기관은 진품이라고 하고, 이우환 화백은 자신이 그렸다고 했는데 수사기관은 위작이라고 했다.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나자 네덜란드 경찰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1675) 국보급 작품을 헤르만 괴링에게 빼돌렸다며 이름 없는 화가 한 판 메이헤런(Han van Meegeren, 1889-1947)을 체포한다. 

Han van Meegeren ⓒ GLOBAL HERITAGE

  그러나 메이헤런은 그 그림은 자신이 그렸다고 했고 평론가들은 페르메이르를 모독한다며 비난을 퍼부어댔다. 


  평론가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한 판 메이헤런이 위조했다고 한 작품들이 자신들이 페르메이르 초기 양식 작품이라고 격찬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메이헤런은 재료와 시간만 주면 페르메이르 새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맞섰고 그렇게 해낸다.     

 

  그럼 한 판 메이헤런은 어떻게 괴링과 평론가들을 속였을까? 


  그는 페르메이르 시절에 만들어진 오래된 캔버스를 사들인 뒤 페르메이르가 쓰던 물감까지 구해서 똑같이 그렸다. 


  어찌 보면 한 판 메이헤런은 뛰어난 눈썰미로 네덜란드 거장 페르메이르 작품을 발굴한 셈이다.  

   

  그럼 왜 이렇게 위작이 끊이지 않을까? 

Roy Lichtenstein ⓒ ThoughtCo

  한때 세간에 이야깃거리였던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 작품 ‘행복한 눈물(96.5×96.5㎝)’에서 알 수 있듯 작품 한 점당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그렇다. 


  그래서 이른바 명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 몫이거나 박물관이 사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실정이다.     


  《옥션하우스》와 《갤러리 페이크》는 위작과 미술계 어두운 면을 다룬 만화인데 사실과 상상력을 적절히 섞어 미술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코이케 카즈오 글·카노우 세이사쿠 그림 《옥션하우스》     


ⓒ グループ・ゼロ

  영국 런던에 있는 미술 경매회사 에드몬드 올리버사 M.D(매니지먼트 디렉터) 류우소겐.


  여덟 살 때 부모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작품 ‘레이스 뜨는 소녀(23.9×20.5cm)’ 때문에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슬픈 남자이다.


  그는 위조 작가로 이름 높은 한스 반 메헤렌 아들 애덤스 메헤렌에게 키워져 위조품 작가로서 실력뿐 아니라 위작을 가려내는 놀라운 솜씨도 갖춘다.   

  

  만화에서는 미술품 경매를 둘러싼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다루며 단순히 값어치로만 미술품을 대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복잡하게 얽힌 내용인데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녹여내는 글 작가 코이케 카즈오(小池 一夫, 1936-)와 정교한 그림을 자랑하는 카노오 세이사쿠(叶 精作, 1949-) 솜씨에 반하게 된다.     

     

  복제 화랑이란 뜻인 갤러리 페이크     


ⓒ 小学館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 큐레이터였던 주인공 후지타 레이지가 모작들만 전시 판매하는 일본 도쿄 화랑을 배경으로 암시장에서 장물이나 위조품 따위를 거래하며 미술품에 관련된 비밀들을 하나하나 파헤쳐나간다.  


  많이 알려진 서양화에 얽힌 이야기와 화랑가에서 벌어지는 미술품 뒷거래 이야기까지, 전문가도 감탄할 만큼 풍부한 지식을 작가 호소노 후지히코(細野 不二彦, 1959-)가 담아냈다. 


  더불어 이 만화에선 모네, 피카소, 고흐, 모딜리아니, 미켈란젤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미술품 거래 규모는 4400억 원이다. 


  하지만 개인 거래는 잘 드러나지 않고 비밀스럽게 이뤄지기에 국내 미술시장 규모를 1조 원쯤으로 보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미술 애호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른바 이건희 회장 컬렉션은 모은 작품 수만 약 1만 3000점에 추정가는 3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 ‘행복한 눈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현대미술 흐름과 미국이란 나라, 아름다움 가치·현상·체험 학문인 미학까지 다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렇듯 현대미술은 대중보단 갤러리와 평론가, 자본에 의해 그 가치가 매겨져 버린다. 


  모든 그림이 일반사람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몇몇을 위한 그림도 슬픈 일이다.    

 

  《갤러리 페이크》 1편에 보면 아파트 지킴이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작품 ‘건초더미, 지베르니의 여름 끝자락(60.5×100.5cm)’을 5만 엔에 산다. 

  그러나 그건 주인공이 진정 그림을 좋아하는 아저씨를 배려해 그 값에 줬다. 


  그 그림이 실제로는 50억 엔이나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저씨는 방에다 걸어놓고 감상한다.     


  “그림을 소유하는 목적은 자기 정신세계를 풍요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필요 없는 사람은 굳이 그림을 감상할 자격이 없으니까 다이아몬드나 금덩어리를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일 거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불린 수화 김환기 아내로 화가이자 문필가이기도 한 김향안(변동림, 1916-2004)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Roy Lichtenstein 사진은 작품 내용을 잘 전달하려고 색을 입혔습니다.


  저작권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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