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공(墨攻)》
제40회 일본 소학상을 받은 모리 히데키(森 秀樹, 1961-) 작품 《묵공》.
춘추전국시대 반전·박애 사상이었던 묵가 사상을 끝까지 이루고자 하는 ‘혁리’라는 사람을 따라간 만화이다.
사케미 켄이치(酒見 賢一, 1963-)가 1991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쿠보타 센타로(久保田 千太郎, 1942-)가 각본을 쓴 이 작품은 월간 <빅코믹(ビッグコミック)>에 1992-1996년까지 연재했고 우리나라에는 다 해서 11권으로 나왔다.
《묵공》은 그 소재 자체가 한국과 중국에 익숙하고, 만화 원작은 마지막에 일본이 나온다.
그래서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중·일 합작영화도 나왔다.
힘없는 나라를 쳐들어가는 것이 마땅하게 여겨지던 중국 춘추전국시대.
강대국 조(趙)나라는 옆 나라인 연(燕)을 치려 15,000이나 되는 군사를 보내는데 그 길목에는 4,000 남짓한 사람들이 사는 양성이 있다.
초라한 이 작은 성은 묵가에 도움을 바라고 그에 따라 묵가 사람 혁리가 온다.
혁리는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으레 영웅 하면 떠오르는 생김새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여러 사상가들과 그 학파들을 말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 가장 진보사상을 가졌고 힘없는 이들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 묵가이다.
묵가란 전쟁반대 이론을 펴는 이들로 묵자 후예들이다.
묵자(墨子) 성씨인 ‘묵’은 중국말로 검정을 뜻한다.
묵자는 사는 내내 질긴 가죽옷 한 벌만 입었고 잠도 꾀죄죄한 마구간에서 잤기에 ‘피부색이 검다’고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전쟁을 미워하고 남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묵가 사상.
그들은 전쟁을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짓이라고 했다.
초기 묵가 사람들은 대가 없이 자신들 신념으로 전쟁을 없애려는 봉사자들이었다.
묵자 삼대 제자인 전양자(田襄子)에 와서 변했지만, 묵가는 전쟁에 반대하려고 가장 먼저 전쟁 기술을 연구했다고 한다.
손자병법이 공격을 다뤘다면 묵가병법은 수비를 다뤘는데 공격을 막는 전쟁은 지지했으며 힘없는 이들 편에서 공격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영웅들은 다 잘생기고 힘도 세다는 환상 속에서 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혁리가 보여주는 신념과 지도력은 성에 사는 사람들을 사로잡고 그들과 함께 조나라 명장 항엄중이 이끄는 15,000 군사와 맞선다.
공격하는 황 장군과 성을 지켜야 하는 혁리.
둘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황 장군은 혁리에게 모의 전쟁을 해 보자고 한다.
양성 모형을 놓고 서로가 전략 전술을 써서 미리 승패를 알아보려는 것인데 모의 전쟁에서 양성은 무너지지 않는다.
결과가 그랬다 하더라도 전쟁을 물릴 수는 없다.
혁리는 어떻게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까?
작가 모리 히데키는 거친 그림으로 끔찍한 전쟁을 잘 나타내었다.
전쟁은 군웅들에게 어떨지 몰라도 일반 사람에게는 그저 고통일 뿐이다.
혁리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서 묵묵히 평화를 바란다.
참, 조심해야 한다.
만화를 읽다 보면 혁리에 빠져 그의 전쟁을 지지하게 될지도 모르니.
묵가를 대표하는 묵자(墨子, BC 480-BC 390)는 이름이 적(翟)인 송나라 사람으로 사상가이자 과학자이며 많은 무기를 만든 군사무기개발자였다.
무엇보다 독가스 개발자이기도 했다.
유가학설을 공부했지만, 새로운 학파를 만들어 겸애, 비공, 상현, 상동, 천지, 명귀, 비락, 비명, 절용, 절장이라는 열 가지 주장을 내세웠는데 아울러 다 사랑하자는 ‘겸애(兼愛)’가 핵심이었다.
묵자는 사랑과 이익으로써 감싸 안으면 사회는 안정된다고 생각했고 관리에게는 영원한 고귀함도, 백성에게는 영원한 비천함이 없으니 재주가 있으면 쓰고 없으면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묵자가 추구했던 것은 사회 전체 공익과 평등한 사람 관계였다.
그 때문에 통치계급과는 생각이 달라 진한(秦漢) 이후에 묵가는 자취를 감춘다.
2016년 8월 16일 중국이 세계 최초로 양자위성을 발사해 성공시켰는데 이 위성에 ‘묵자(墨子·모쓰)’라는 이름을 붙였다.
존경 뜻과 함께 중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려는 생각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