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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Jul 24. 2018

일본 정치를 보여주다

《생추어리(サンクチュアリ)》 《정치9단(加治隆介の議)》

  權不十年花無十日紅(권불십년화무십일홍)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열 해를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력이란 물 흐르듯 흘러야 하지만, 누릴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고인 물처럼 된다. 


  더구나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여기 정치판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두 작품 《생추어리》와 《정치9단》이 있다. 


  일본이 그 무대로 둘 다 일본총리가 목표이고 정치에는 돈과 여자와 주먹이 꽈배기처럼 서로 엮여있다는 점도 같다. 


  이 두 작품은 보는 방식에 따라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법’이 되기도 하고 ‘바른 정치’를 말하기도 한다.      

 

  《생추어리     


  ‘법률이 미치지 않은 성역’이라는 뜻인 《생추어리》는 권력에 대한 두 남자 투쟁을 그린 선 굵은 정치 드라마로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맛집과 같은 입소문이 있다.

ⓒ 小学館(쇼가쿠칸)

  이 작품 그림을 맡은 이케가미 료이치(池上 遼一, 1944-)는 《크라잉 프리맨(Crying フリーマン)》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70년대 초반에 첫 작품을 낸 뒤 오늘날까지 일본 극화계를 대표하는데 힘 있는 펜선이 특징인 화풍은 한국과 대만 만화에 꽤 영향력을 끼쳤다. 


  내가 처음 만화를 배웠던 화실에도 이 작가 만화책으로 그림 연습을 했었다. 


  이케가미 료이치는 글을 쓰지 않고 글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하는데 자신이 쓴다면 너무 어두워지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추어리》는 《닥터 쿠마히게(Dr.クマひげ)》 글 작가인 후미무라 쇼(史村 翔, 1947-)가 썼다. 


  이케가미 료이치 만화는 다분히 남성우월주의다. 


  그가 그린 여성은 비중도 작을 뿐 아니라 성(性)이 지나치게 두드러지며 남자에게 절대 순종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 영향을 많이 받았던 한국 성인만화계도 남성우월주의가 넘쳐난다.

北条 彰(호죠 아키라) ⓒ 池上 遼一

  《생추어리》에서 호죠와 아사미는 부모를 따라 캄보디아에 갔다가 죽다 살아난다. 


  성장한 그들은 일본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은 폭력세계에서, 또 한 사람은 현실정치에서.     


  이들뿐 아니라 새로운 일본을 만들고자 하는 젊은 영웅들이 야심을 앞세우며 튀어나온다. 

浅見 千秋(아사미 치아키) ⓒ 池上 遼一

  끝내 호죠는 전국 야쿠자 조직을 통일하고 아사미는 소선거구제로 바뀐 일본 새 총리가 되지만 캄보디아에서 당한 인체실험이 문제가 되어 호죠 품에서 죽는다.


  작가는 일본이 90년대 정체를 기록했던 데에는 정계 우두머리들이 썩었기 때문으로 일본이 다시 도약하려면 모험심 강한 젊은이들 힘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보다. 


  현실정치와 일본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매우 정확하고 날카롭다.


  정치9     


  노련한 정치인을 말할 때 ‘정치 9단’이라고 한다. 


  시마 시리즈로 잘 알려진 히로카네 켄시(弘兼 憲史, 1947-) 작품 《정치9단》(원제·카지 루우스케의 회의加治隆介の議)은 한 회사원이 아버지 죽음으로 느닷없이 정치에 발을 디디고 아버지 죽음을 파헤쳐가며 일본정치 정점에 선다는 내용이다.  

ⓒ 삼양

  시마 시리즈가 일본식 경영교과서라면 이 작품은 일본정치를 다룬 교과서라 할 수 있겠다.  


  일본은 아버지가 정치를 했다면 그 후광을 이어받아 자식도 정치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 소선거구에서 당선된 자민당 의원 218명 가운데 세습의원은 72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19대 국회에서 부모 뒤를 이어 금배지를 단 의원은 14명이었다. 

      

  나이 서른아홉 살 회사원 카지 류우스케는 정치가이며 지방 유지였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차 사고로 죽게 되자 아버지 기반으로 정치계에 뛰어든다. 


  카지 류우스케는 아버지 기반이 있다고 해서 잘 나가지는 않는다. 


  첫 선거에서 지고, 정계에 들어와서는 뜬소문과 공작정치에 빠지며, 모시던 총리가 갑작스럽게 죽어 소속 정당이 와해하기도 한다.     


  이 작품 장점이라면 미국과 북한 관계에서 한국이나 일본이 취해야 하는 행동이나 중국을 상대로 하는 정치나 외교에 대한 자세,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과 전쟁을 일으켰을 경우들에 대한 대처가 자세히 나와 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고 일본 처지에서 한국 문제를 살펴보는 재미까지 있다.     


  ‘연령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한다는 뜻인데 그래서인지 이들 작품을 만든 작가는 보수화됐고 그 생각은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두 작품 다 깨끗한 정치를 추구하고 진정 국익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 상을 제시한 것은 좋지만, 외교에는 제멋대로 해석에 머문다.


  정치가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기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로 《생추어리》와 《정치9단》 두 작품에는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존경받고 신뢰받는 정치가가 될 수 있는지가 들어있다. 


  그래서 젊은 정치가나 정치지망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럼 왜 하필 젊은 정치인이어야 할까? 


  《생추어리》에서 주인공 호죠는 이렇게 말한다.    

 

  “노쇠함은 본능적으로 보수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보수는 반드시 파탄을 초래하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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