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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Aug 23. 2021

카모메 식당

오니기리(おにぎり)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를 할 때 우린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는데 일본에선 일본 주먹밥인 오니기리(おにぎり)를 만든다고 한다.


  오니기리는 무엇보다 밥이 중요한데 살짝 된밥이라야 맛있는 오니기리를 만들 수 있다.


  일본 여자가 핀란드에서 작은 식당을 열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그린 오기가미 나오코(荻上 直子, 1972-) 감독 작품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 (주)엔케이컨텐츠

  2006년 일본에서 겨우 두 개 관에서만 개봉할 만큼 알려지지 않는 영화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100여 개 관으로 늘어났으며 한국에선 2007년에 개봉되었다.


  일본에서는 이 영화로 핀란드 여행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하고 한국에서는 영화에서처럼 오니기리를 파는 식당들이 많이 생겼으며 카모메란 이름을 가진 식당도 문을 열었다.


  바싹 여윈 어머니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남들은 싫어하는 뚱뚱한 고양이를 좋아했던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핀란드로 와 작은 식당을 여는데 덩치가 큰 뚱뚱한 핀란드 갈매기에 애정을 느껴 식당 이름을 카모메 쇼쿠도, 갈매기 식당이라고 한다.


  사치에에게는 집밥 같은 편안한 음식을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은 꿈이 있다.


  사치에가 만든 음식은 장식 없이 단순하고 무엇보다 정갈하다.


  오니기리를 주로 만드는 이 식당은 동네할머니들 구경거리일 뿐 한 달째 손님이 없다.

ⓒ (주)엔케이컨텐츠

  그래도 사치에는 날마다 꿋꿋이 음식 준비를 한다.


  어느 날 일본 문화에 빠진 핀란드 청년이 첫 손님으로 찾아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무작정 세계지도를 눈감고 짚어 선택한 핀란드로 왔다는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가 식당에 자리를 잡는다.


  첫 손님이라 하여 날마다 공짜 커피를 마시는 눈치 없는 핀란드 청년을 빼놓고는 손님이 없자 미도리는 외국에 사는 일본사람들이 알게끔 관광안내 책자에 광고를 내자고 한다.


  사치에는 대단한 레스토랑이 아니고 조그만 식당이라며 지나던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어와 먹길 원한다는 말로 거절한다.


  그만큼 음식에 깃든 철학이 단단하다.

ⓒ (주)엔케이컨텐츠

  여기서 잠깐.


  물가가 비싸기로 알려진 핀란드에서 손님이 없어도 여유롭게 있을 수 있던 비결은 사치에가 일본에서 복권에 당첨되어 돈 걱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고 나니 왠지 허탈했지만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여유가 있어야 꿈도 꿀 수 있다.


  어느 날 사치에와 미도리가 먹으려고 만든 시나몬 롤 냄새에 이끌려 동네 아주머니들이 식당으로 들어오고 조금씩 손님이 늘어난다.


  손님으로 일본여자 마사코(모타이 마사코)도 있었는데 오랜 부모 병수발로 힘들어하다가 텔레비전에서 본 걱정 없어 보이는 핀란드 사람들이 부러워 왔다고 했다.


  삶을 바꾸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시간을 달리 쓰고 사는 곳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으며 새로운 결심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다.


  널리 알려진 경영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大前 硏一, 1943-)가 한 말인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는 살던 일본을 떠나 낯선 나라 핀란드로 오고 카모메 식당을 같이 꾸려가며 새 삶을 시작한다.


  용기 있는 이 세 여자 삶을 응원한다.


  왜 주먹밥이냐는 말에 사치에는 말한다.


ⓒ (주)엔케이컨텐츠

  우리가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잊지 못하는 까닭은 그 음식이 나를 생각하며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담긴 음식은 사람을 부른다.


  음식 만드는 소리까지 맛있게 느껴지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 <도쿄 타워(東京タワー)>, <남극의 쉐프(南極料理人)> 드라마 <심야식당(深夜食堂)>.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飯島 奈美)를 떼놓고서 이 작품들을 말할 수 있을까?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저 음식 참 맛있겠다, 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이이지마 나미 솜씨라 봐도 될 만큼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푸드스타일리스트이다.


  이이지마 나미는 도쿄에서 태어나 영양사 전문학교에 다녔다.


  요리잡지에서 푸드코디네이터 기사와 사진을 보고 흥미를 느껴 이쪽 일을 하게 되었는데 광고 쪽에서 일하다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을 맡은 고바야시 사토미(小林 聡美, 1965-)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영화도 했는데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잡채, <왕의 남자>에서는 전과 죽, <영화는 영화다>에서 야키니쿠를 만들었다.


  그리고 <웰컴 투 동막골>에서 곳간에 수류탄이 터져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날리는 장면도 이이지마 나미 작품이다.

ⓒ 安倍 夜郎

  아베야로(安倍 夜郞) 만화작품 《심야식당》 6편에 ‘파래김 치쿠와튀김’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거기에 성공한 프랑스 요리사로 나온 ‘미나’라는 인물이 바로 ‘이이지마 나미’를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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