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이시카리 나베(石狩鍋)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작은 마을.


오래된 역을 지키는 늙은 역무원.


폐선이 결정된 마지막 디젤기관차.


제11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아사다 지로(浅田 次郎, 1951-)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후루하타 야스오(降旗 康男, 1934-2019) 감독이 만든 영화 <철도원(鉄道員)>.

ⓒ 와이드릴리즈㈜

뼛속까지 철도원인 한 남자 삶을 다루고 있는데 일본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高倉 健, 1931-2004)이 늙은 역무원을, 요즘 사고 많이 치며 청순했던 이미지를 까먹고 있는 히로스에 료코(広末 涼子, 1980-)가 죽은 딸 혼령을 맡았다.


일본에서 1999년에 상영하여 그해 일본 아카데미상 아홉 개 부문을 받았다.


실제 이름보다 영화 속 이름인 ‘호로마이역’으로 더 알려진 이쿠도라(幾寅)역은 이용하는 승객이 줄고 적자가 쌓여 2024년 3월 문을 닫았다.


추억도 경제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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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철도원을 하고 조그만 시골 역 역장으로 오게 된 사토 오토마쓰.


어난 지 얼마 안 된 딸아이가 독감에 걸려 생사를 오가며 병원으로 갈 때도, 아내 병이 깊어 병원에 입원하는 날에도 일 때문에 가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졌지만, 융통성 없고 답답한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라면 혼자 살아야 한다.


요즘에 저랬다면 바로 이혼각이다.


아내와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묵묵히 살던 사토 오토마쓰는 어느 겨울 아침에 제설차를 기다리다가 쓰러진다.


이 영화를 보며 설마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시민 대피방송을 하느라 아내 구하기를 그만둔 바닷가 도시 시장 이야기가 전 세계로 알려졌었다.

이를 일본말로 잇쇼켄메이(一生懸命·いっしょうけんめい), ‘목숨을 걸고 한다’는 뜻으로 일본 장인 정신이라 말하기도 한다.


동일본대지진 대피소에서는 날마다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한다.


재난이 닥치면 사람 민낯이 드러난다.


그런 쓰레기들 때문에 정작 자기 본분을 다한 사람들까지 묻히는 듯해서 안타깝다.


<철도원>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 열심히 일만 했던 빵점 아빠들이 보면 눈물이 날 만한 영화이지만 식구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추울 때는 그저 뜨끈한 국물 요리가 최고다.


이 영화에도 그런 국물 요리가 나오는데 바로 나베모노(鍋物)이다.


냄비 요리라는 뜻인데 뜨끈한 국물에 살짝 익은 건더기를 먹는 음식이다.


사토 오토마쓰에게 죽은 딸 유키코 혼령이 찾아와 만들어준 음식 이시카리 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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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쓰는 이시카리 나베(石狩鍋) 국물을 맛보고는 맛있다며 벅찬 감정을 주체 못 한다.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준 죽은 딸 혼령-이때까지는 죽은 딸 혼령인 줄 모르지만-그 앞에서 고백처럼 말을 꺼낸다.


“아저씨는 행복한 사람이야. 나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서 딸과 아내는 죽게 했는데 그런데도 모두 잘해주는구나.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오토마쓰는 자식과 아내 죽음 앞에서도 맡은 일이 먼저였던 나쁜 아버지였다.


그런 오토마쓰에게 나타난 딸 혼령.


일 때문에 사랑을 잃어버리고 가슴 한편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던 홀로 남은 가여운 아버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 둘레에는 공익 때문에 식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있기에 바로 오늘 우리가 편히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참으로 공감이 가서 옮겨본다.


지나가는 길이 깨끗한 것은 누군가 청소를 했기 때문이고 회사가 별일 없이 돌아가는 것은 누군가가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별일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러한 소금 같은 사람들이 사라지면 여기저기서 일이 터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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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오토마쓰가 먹고 감동한 음식 이시카리 나베는 홋카이도 연어로 만든 향토음식이다.


이시카리 지방은 에도시대부터 연어잡이가 번성했다.


강 하구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동안 전골을 끓여 먹었는데 그것이 요리 유래이다.


그 뒤 그물을 치고 걷는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에게도 대접하게 되었는데 전쟁 뒤 어장 이름을 따서 ‘이시카리 나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시카리 나베 만드는 법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일본 된장을 풀고 연어와 감자, 두부, 곤약, 버섯, 당근, 파를 넣고 양배추와 양파를 넣고 끓인다.


연어 비린내를 잡으려 술과 생강을 넣는데 기호에 따라 버터를 넣기도 한다.


음식 깊은 맛을 더하려 산초를 뿌리면 본고장 이시카리 나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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