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치킨
‘삶은 공평하지 않다, 이 사실에 익숙해져라.’
빌 게이츠(Bill Gates, 1955-)가 미국 교육자 찰즈 사이크스(Charles J. Sykes) 말을 따온 말인데 공평한 하나가 있다.
그건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 여유롭게 살수는 있어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2008년에 나온 일본 영화 <굿' 바이(Good & Bye)>.
타키타 요지로(滝田 洋二郎, 1955-) 감독 작품으로 일본 제목은 <오쿠리비토(おくりびと)>이다.
보내는 사람, 그러니까 납관사라는 뜻인데 납관(納棺)은 시체를 관에 넣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염습사라 한다.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인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시히로)는 악단이 갑작스레 문을 닫는 바람에 졸지에 백수가 된다.
음악만 해온 터라 뭘 할지 정신이 멍하다.
그는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고향으로 내려오고 정보지를 뒤적이다 초보도 환영한다는 여행가이드 구인 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간다.
NK 에이전트라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쪽 벽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시신을 담는 관이 눈에 띈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막 들어온 사장은 다이고가 내민 이력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합격이라고 한다.
황당함의 연속이다.
시체를 관에 넣는 납관 일이라는 말에 다이고가 머뭇거리자, 이 업계 고인물 사장은 돈 공격을 퍼붓는다.
이럴 때 돈은 무섭다.
No가 Yes가 되기 때문이다.
쭉 해왔던 일을 떠나 전혀 다른 일은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이고 첫 일은 죽은 지 2주나 지난 시체로 심한 냄새 때문에 구토를 참지 못한다.
염습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천대받는 직업인가 보다.
아내 몰래 일을 하던 다이고는 끝내 들켜버리고 실망한 아내는 친정으로 가버린다.
아내 처지에서 보자면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남편은 그럴싸하지만 염습사는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세상은 맡은 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들 덕분에 돌아가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는데 누군가 정성스럽게 고이 보내준다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는가.
죽은 이가 평안하고 어여쁜 모습일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는 다이고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묻어난다.
일을 끝내고 사장과 다이고, 여직원이 둘러앉아 치킨을 뜯는다.
갓 튀긴 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당장 주문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 장면은 먹방 1티어라 할만하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백인 농장주들은 오븐에 구운 닭 살코기만 먹었고 닭 날개와 다리 목은 버렸는데 그 무렵 미국 남부는 양돈업 발달로 돼지기름이 넘쳐나 흑인 노예들은 그 닭 부산물을 돼지기름에 튀겨냈다.
이렇게 먹은 프라이드치킨은 흑인들이 먹은 하나뿐인 단백질로 힘든 노동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죽는다.
삶은 유한하기에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
사장이 다이고에게 했던 말처럼 살려면 먹어야 한다.
이왕이면 맛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