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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그리는목각인형 Sep 03. 2016

너 철권 잘해?

  만화 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철권’이라는 게임이 입소문을 탔었다. 


  철권 2가 나오자 벼르고 벼르던 게임기를 샀고 폴 피닉스라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철권 3가 나왔을 때도 난 폴 피닉스만 썼다.     


  화실에 푸성귀처럼 수수하게 생긴 문하생이 새로 들어왔다. 


  철권 잘하느냐는 말에 그 애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늘 쓰던 폴로 그 애를 이겼다. 


  그 애는 캐릭터를 바꿔가며 몇 번 더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날도 점심을 먹고 늘 그렇듯 조이스틱을 집어 들어 철권을 했다. 


  푸성귀처럼 생긴 애에게 이번에도 이겼고 미안한 마음에 위로를 건넸다. 


  그러다 푸성귀처럼 생긴 애와 다른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너 철권 잘하던데 선생한테는 왜 맥을 못 추냐?”


  “사실 그거 내가 봐준 거예요. 처음에 몇 번 져주다가 자연스레 이겨버리려 했는데 무척 좋아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게임 천재인 양 얼마나 으스댔던가.


  “그럼 제대로 하면 이기겠네?”


  “20초도 안 걸리죠.”


  녀석이 아무리 잘한다 한들 그냥 당하지는 않으리라 자신했었는데 그 애 말 대로였다. 


  그 애는 철권만이 아니라 축구, 야구, 도대체가 못하는 게임이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고 묻는데 그애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목숨 걸고 하거든요.”


  기껏해야 오락실 죽돌이쯤으로 여겼는데 목숨 걸고 한다는 말이 나오니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애처럼 목숨 건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오락도 목숨 걸고 한다던 그 애. 


  어디서 무얼 하든 잘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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