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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27. 2015

"정부가 돈을 풀었다?"   마지막 이야기

신용창출, 신용경색, 공황의 이해

 지금까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의 통화량(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원리에 대해 배웠다.-"정부가 돈을 풀었다?" 1장부터 일독을 권한다.

 

 이 때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상업은행)에 공급한(빌려준) 돈을 '본원통화 RB: Reserve Base'라 한다.

 

 


 


 

 한국은행이 '공개시장조작 정책'같은 방법을 통해 A은행에 100억(본원통화)을 빌려줬다고 하자. 지급준비율은 10%였다. A은행은 100억의 10%인 10억을 남기고 90억을 '가'기업에 빌려줬다. 'ㄱ'기업은 90억의 자금으로 그 이상의 수익을 냈다. 'ㄱ'기업이 A은행만 거래했을까. B은행에도 대출이 있었다.  그중 90억이 만기가 도래하여 이를 상환했다. 90억이 들어온 B은행은  그중 10%인 9억을 남기고 81억을 'ㄴ'기업에 대출했다. 'ㄴ'기업도 81억의 자금으로 수익을 냈다. 'ㄴ'기업은 먼저 만기가 도래한 C은행에 81억을 갚았다. 이처럼 본원통화를 100억 공급했더니 몇 배의 통화량이 퍼져나가는 것을 '신용창출'이라 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돈을 '파생통화'라 한다.





 

 신용창출은 경기가 좋아 통화량(돈의 흐름)이 풍부할 때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이는 '통화승수'로 표현된다.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국은행이 100억을 풀었다. A은행이 'ㄱ'기업에 90억을 빌려줬다. 그런데 'ㄱ'회사가 도산했다. 느낌이 오는가? 신용창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통화승수는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다시 한국은행이 100억을 풀었다. A은행이 이번엔 'ㄴ'기업에 90억을 빌려줬다. 'ㄴ'기업이 도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100억을 공급받는다면 A은행은 기업대출을 지속할 수 있을까? 우선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부실은행이었다면 이미 도산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신용경색'이라 한다.






 신용경색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건실 은행 A'와 '부실은행 B'가 있다. A와 B는 각각 '건실 기업 C'와 '부실기업 D'에 대출해줬다. 신용경색이 시작되면 위기에 봉착한 B는 부실한 D가 도산하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려 들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건실한 C에게 빌려준 자금까지 상환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건실한 A은행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다.


B가 상환을 독촉하기 전에 우리 자금을 회수하자!


이런 분위기(심리)가 형성되면 시장은 공황상태 Panic에 빠지게 된다-경제는 심리다.


"은행이 기업의 목을 조른다."는 표현은 위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관용구다. 그렇다면 부실한 금융기관이 생존을 위해 멀쩡한 기업에게도 대출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금리'를 올리는 방법이 있다.


 건실한 은행과 기업도 힘들어지겠지만, 이들이 겨우 버틸 수 있게 금리를 올리면 부실은행은 기업의 목을 조르기전에 도산한다. 부실기업도 자연스럽게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이렇게 대규모의 도산,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고통을 분담하고 이겨내면 새 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구제금융을 지원하는(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금리를 올리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것이다.


 매우 고통스 방법이다. 대한민국이 불과 몇 년 만에(1997-2001) IMF 구제금융을 자체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슈가 경험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공감될 것이다-당시 재정경제부에 근무했던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하루에도 몇백 개의 자영업 파산신청서에 도장을 찍어댔다고 한다. 거의 6개월간 집에도 못 들어가고 숙박업소에서 먹고 자면서 말이다-.


 엄청난 피를 흘리며 부작용을 남겼지만 순작용도 있었다. IMF 이전 문어발식으로 방만한 경영을 일삼던 기업들이 구조 조정되고, 부실한 은행 역시 도산 혹은 인수 합병되면서 건전성이 개선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국제시장에서의 경제적 위상어느 정도는 기여했다고 본다.


 2000년 초 'IT버블 dot-com bubble', '911 사태', '아프간/이라크 전쟁' 등이 일어나면서 미국은 또 한번의 금융위기를 맞이한다. 그들이 만든 원칙대로라면 금리를 올리고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등 신흥국가들에게 해왔던 행위들을 적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의 위기는 세계경제의 위기'라는 명분으로 정반대의 행동 택했다.


 금리를 내리고 저금리 기조의 포문을 열었다!


 위에서 검토한 신용경색이 일어날 경우, 금리를 대폭 인상해 부실은행과 기업을 도산시키는 방법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받은 경제적 충격으로 다시는 회복하지 못한 국가도 다수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끔찍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보유한 미국은 금리를 낮추고 이를 통해서도 시장의 얼어붙은 심리(신용경색)가 개선되지 않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얼어붙은 수조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고 상상해보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통째로 들이붓는다면 어떨까?-지난시간에 공부했던 "헬리콥터 벤"을 떠올려보라. 급속히 색깔이 스며들진 않아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색깔이 퍼질 것이란 기대감이 생길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신용경색'의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2000년대 초반 저금리 기조가 시작된다.


 다음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파급효과를 정리해보겠다.


 오늘 배운 용어들을 복습하는 의미로 아래 기사를 해석해보자.



http://news.newsway.co.kr/view.php?ud=2015040813572025976&md=20150408151031_AO
            

        떨어지는 통화승수…금리 인하 파급효과 언제쯤?                new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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