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인가?
"풍수지탄이라고 하더니만, 이런저런 정리를 하다 보니
아버지에 관련된 여러 가지를 더 세심하게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당신, 아버님한테 잘했잖아?"
"응?"
"당신 둘째 형부한테 "처가식구들은 신기하게 장인어른한테 잘해."라는 소리를 들었잖아."
"아아. 그런 거. 난 아버지한테 좀 더 잘할 것을, 뭐 이런 아쉬움은 없어!"
"그래 누구 딸내미겠어."
남편이 아버지한테 여한, 회한 같은 감정이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난 그런 것 없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그 뒤로 남편은 "장인어른이 나한테 남긴 명언이잖아."라며
내가 "당신이 예전에 그랬잖아."라고 하면 "난 그런 것 없다!"가 바로 소환됐다.
여기저기 유용하게 활용한다.
"그게 아니라, 부모를 나쁘다고 하면 결국 자기 근본이 나쁜 게 된다고 하잖아.
자존감 이야기야.
아버지가 좋은 사람, 좋은 남자, 좋은 남편이라고 알았더라면,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면, 아버지를 좋아했다면
내가 좀 더 높은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거지."
"풍수지탄은 그거랑은 좀 멀지 않아?"
"그래?"
당장 사전을 찾아봤다.
<풍수지탄은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부모가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자식의 슬픔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네. 찾아보니 풍수지탄은 효도하지 못한 후회네. 지금 내 생각을 표현하기에 맞지 않네.
난 효도를 못한 슬픔이나 후회는 없어! 내가 아버지를 더 일찍 이해했다면 하는 나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야"
"오호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더니, 열심히 찾아봐!
어차피 어린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도 기특 할뿐이다.
그런데 이 감정은 뭘까?
아쉬움일까?
뒤늦은 후회일까?
회한일까?
늦은 깨달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