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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Feb 22. 2024

EP 12. '언제까지 그거 할래?'

[소비자가 본 스페셜티 커피]




'언제까지 그거 할래?'




그리고 그 뒤에 늘 따라오는 한마디,


'그냥 취미로 하면 안 되는 거야?'



커피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씩 듣는 말이다.


커피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아무리 얘기한들, 그들은 현실적으로 높은 노동 대비 낮은 연봉과 업계의 전망에 대해 그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더 이상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고, 개인사업장을 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업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너무 많이 창업하고, 너무 많이 폐업하는 산업.

좁으면서 문턱이 낮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힐 수 있는 것도 적은 산업.

수없이 많은 대회 중 하나 참가해서 상을 받아 본인을 홍보하는 것에 집착하는 산업.

반대로 그만큼 실력과 전문성의 증명이 너무나도 힘든 산업.

대중에게 어필되기 위해 치킨게임만 하는 저가 커피 산업.

한정된 소비자와 업계근로자들끼리만 소비되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


아마 주위 사람들은 이런 레드오션에서 무엇을 위해 필자는 계속 매진하는지 궁금해해서 물어보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오늘은 다소 비관적인 시선으로 에세이의 결을 가진 전반적인 대한민국 커피업계에 대한 고찰을 해보려 한다.







우선 가장 커피업계 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바리스타'의 입장을 살펴보자


기본시급으로 출발해 높지 않은 연봉향상을 받으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취업하기 힘든 직업이다.


심지어 현장에서 2~3년 정도 경험을 하고 나면, 새로운 레시피를 배우는 것 말고는 현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에게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물론 회사가 점점 성장하고 기업형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다면, 관리직 임무를 부여받아 팀장 역할을 담당했다는 경력이 생기긴 하지만, 그에 비해 연봉상승이 그렇게 높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업무 자체는 단순 반복 작업이다.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고, 음료를 제조하고, 부재료를 준비하며, 설거지를 한다.


바쁜 매장이던 비싼 매장이던 바리스타 한 명에게서 나올 수 있는 수익성은 시스템의 효율성으로 인한 수익성보다 현저히 부족하다.


필드에서의 전문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매장에서든 외부에서든 인정을 받을만한 특별한 요소가 있어야 하지만, 그것이 또 그렇게 커피 한잔의 퀄리티가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바뀌는가에 대해서는 수익만을 보는 고용주와 가성비를 생각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그렇기에 쉽게 대체되기 쉬운 직종이 바로 바리스타이다.


진입이 쉽다, 전문성을 입증해 줄 증명서나 권익을 보호해 주는 단체부족하다,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유효한 근로기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이런 요소들이 아무리 바리스타들이 연봉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기본시급 정도에서 변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진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더 깊이 생산자의 입장으로 가게 된다면 커피를 로스팅하는 로스터, 커피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자, 아니면 산업의 큰 흐름에 관여하는 기업형 회사들에 입사하는 것이다.


보다 전문적인 직종으로 넘어와 전문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우선 로스터는 필드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보다는 사정이 나아지지만, 연봉에는 그리 큰 변화가 없다.


이 역시도 고용주 입장에서 제조업종인 로스터 1명에서 창출해 내는 수익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커피 교육의 경우에는 월급을 받으며 교사로서 활동할 수도 있지만, 과연 실전용으로 효용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SCA의 AST 프로그램에는 이런 과정이 도입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이 기업형 회사에 사무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현장직과는 달리 비교적 높은 연봉에서 시작하지만, 여기 역시나 연봉상승률이 적은 것은 매한가지이다.


이는 산업의 기반이 원자재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제조업의 성장이 명확하기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직원으로 일하는 것에서는 그리 수익을 기대할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매우 좁은 범위의 타겟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전문적인 커피 시장 역시나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그 수익성이 현저히 부족하다.






자, 그럼 어쨌든 산업의 미래던, 본인의 미래던 높은 연봉상승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기로 결정하자.


이런 방식으로 개인사업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바로 '사업가적인 마인드 및 정보'의 부재이다.



영세한 개인매장 혹은 소기업에서 일을 하는 이들은 큰 흐름에 올라타기만 할 뿐, 그 흐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정말 상당한 운이 필요하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중간 업체들이 납품계약을 따내기 위한 박리다매와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가를 보면, 산업의 구조상 마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음을 수 있다.


그리고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부터 또 다른 개인사업자로 몰린 끊임없이 나타나는 경쟁상대들까지.



개인이 짊어지는 업무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배워야 할 기본 사업 지식들도 늘어나며, 그 마저 직원으로 일했을 때에 비해 수익이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는 리스크가 생겼다.






과연 이런 시장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가볍게 생각해 보면, '협회'라고 불리는 단체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이나 목소리를 대신하는 역할을 이행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물론 국내 커피 협회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임무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에 따른 영향력이 피부로 느껴지는가에서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필드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들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들이 발급하는 자격증은 바리스타의 전문성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대중의 인식과 바리스타들의 연봉협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회를 개최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대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커피시장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런 '커피 협회'라고 불리는 단체들도 여러 개로 꽤 많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해외에서 들어온 SCA가 그 전문성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기에 '과연 국내 커피 협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방금 언급한 SCA 한국지부는 국내 협회들과 어떤 다른 역할을 하는가?


SCA 역시 자격증의 효용성이 명확하다.


공인된 커피 자격증을 발급하지만 이 역시도 바리스타들의 연봉협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커피 교육을 위해서 자격증 발급이 가능한 AST 강사로 취업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가장 큰 도움을 주기는 한다.


그리고 인원이 부족한지 해외에서 진행되는 연구에 비해 국내에서 들어오는 자료가 더딘 점과 일처리가 매우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도 자주 언급되는 SCA 한국지부의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두 배가 넘어가는 대회 참가비용 당일 통보'가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커피 시장의 큰 흐름에 그리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협회들이 많다.






자격증의 효용성은 그렇게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개인의 전문성어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인 '대회 입상' 밖에 없다.


이미 모두가 그렇게 생각해서일까?


크고 작은 커피대회는 이미 두 자릿수를 넘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챔피언'들이 매년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오롯이 마케팅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된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수많은 요소들 보다는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어필과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 역시 너무 많은 챔피언들의 등장으로 업적에 대한 신용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근시안적인 대처에 빠져 근본적으로 틀어야 할 흐름은 전혀 바뀌고 있지 않다.




이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연대가 사라졌다.


이미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기에 수많은 매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할 수 있는 커피를 단순히 사업적으로만 지켜보게 되어 무한 경쟁과 치킨게임에 빠지게 된 것이 현재의 커피 업계의 상황이다.


새 활로를 찾지 못한 산업은 빛을 발할 수 없다.


그저 서로의 파이를 나누어 먹는 치킨게임만 할 뿐.


필자는 여러모로 그 활로의 방향을 찾아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끊임없이 스페셜티 커피에서 그 경계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활로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인들이 한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같다.




"죽을 때까지 커피는 어떻게든 계속할 거 같아"




- EP 12.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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