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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Feb 15. 2024

EP 11. '편하기만 한걸?'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편하기만 한걸?'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원두 공구에 대한 필자의 지인의 의견이다.


최근 3년 사이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통해서 원두를 구매하는 소위 "공구 소비문화"가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 소비 시장에 정착했다.


월별로 크고 작은 플랫폼에서 로스터리들과 협업을 통해서 겹치지 않는 새로운 커피를 매달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구문화가 가지는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공구 커피들의 로스팅 스타일은 별개로 얘기하고, 우선 다양한 라인업을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소위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줄인 채 보다 색다른 커피, 보지 못했던 귀하고 비싼 커피, 또는 로스터리에서 출시하는 시즈널 블랜드 등 커피의 맛과 가격에 치우친 경쟁에 스페셜티 커피의 본분을 잊고 놓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런 문화와 관련해 이전에 블로그에도 작성했던 적이 있지만, 과연 우리가 실제로 해외의 스페셜티 커피 회사들이 먼저 실행하고 있던 방식으로, 혹은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며 우리가 진짜 알아야 될 내용을 모른 채로 국낼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서 소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오늘은 "스페셜티 커피의 추적 가능성과 거래 투명성"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의 추적가능성과 거래 투명성"은 필자가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추적 가능성이라 함은 '커피가 농장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경로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유통 정보'를 뜻한다.


아래와 같이 해외에서 제공되는 커피 정보를 예를 들어 보자.


미국 뉴욕 SEY의 원두 카드. 농장구매가부터 모든 운송비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 


커피를 재배한 농장과 품종 정보, 수확시기, 가공방식, 그리고 커피에서 느껴지는 노트까지. 


우리가 농장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원두를 구매할 때 볼 수 있게 된다.


흔히 농장과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해야지 이런 정보를 알 수 있고 소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위에서 소개된 SEY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커피가 생두회사를 통해서 구매해 오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유통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로스터리를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에서 보다 객관적인 지표를 소개하고 로스터리 철학의 설득력을 위해 생두업체에 이런 정보를 오히려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SCA CVA 프로토콜에서 소개하는 커피의 "외재적 속성"


최근 SCA에서도 소개하는 CVA(Coffee Value Assessment, 커피 가치 평가)에서도 말하듯이, 이제는 커피의 평가를 단순히 80점 이상의 점수를 가진 커피가 아닌 "외재적 속성, " 즉 원산지 정보, 가공정보, 등급정도, 지속 가능성 인증 등 농부가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가도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속하게 된다.


단순히 고도가 어떤지가 아닌 농장주가 어떤 환경의 떼루아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으며, 품종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닌 어떠한 이유로 농장주가 그 품종을 기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 나열되고 가늠할 수 없는 수치보다는 농장에 대한 이야기와 커피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스페셜티 커피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도 쉽고, 가치를 알아감에 있어 중요하다.



과연 이렇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외재적 정보를 토대로 우리는 어떤 지표로 커피의 가치를 평가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에서 중요한 두 번째 요소, 바로 '거래 투명성'이다. 





SCA CVA 프로토콜에서 소개하는 커피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요소들


다시 한번 SCA의 커피 가치 평가에서 이야기하는 최종적으로 커피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바라보아야 할 가치들 중 가장 우선순위로 나오는 것이 바로 "경제적 가치, " 즉 거래 투명성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구매하고 있는 커피의 가격부터 원재료인 생두를 구매했을 때의 가격, 생산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가격까지 어떠한 유통 구조를 통해서 각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격을 받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때 필요한 정보이다.


이번에도 해외에서 제공되는 커피 정보를 예를 들어 보자.


덴마크 Coffee Collective에서 소개하는 지속가능성 리포트 22년도 버전
Coffee Collective의 지속가능성 리포트 내 생두 구매 가격 및 유통 가격


덴마크에 위치한 Coffee Collective에서는 매년 지속가능성 리포트라고 하는 매년 로스터리를 운영함에 있어 진행되는 이야기들과 산지 상황 그리고 경제적 지표를 소개하게 된다.


우선은 커피를 구매한 가격부터 시작한다.


얼마큼의 커피를 구매했으며, 각각의 커피가 산지의 항구를 떠날 때의 가격(FOB), 그리고 로스터리에서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금액 등을 작성하는 기업의 재무제표와도 같은 지표를 매년 소개한다.


이 로스터리뿐만이 아닌 스페셜티 커피를 행하는 글로벌 로스터리들은 규모가 크던 작던 이렇게 우리가 직접적으로 농장에 지급되는 금액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어떻게 투명하게 산지에 전달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투명한 경제적인 지표인 것이다.



Coffee Collective의 지속가능성 리포트 내 사회적/환경적 지표


또한,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주도하고 이행한다는 것은 기존의 커피 유통 구조와는 달리 지속이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의의를 둔다.


지속가능하기 위한 로스터리의 노력도 우리가 구매하는 커피에 들어가는 가치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는 지표이다.


가령 구매한 커피 농장에서 환경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 어떻게 커피를 재배하는지부터 직원 복지를 위해 실행한 노력들, 그리고 로스팅을 하기 위해서 사용된 가스양 또는 카페를 운영하며 소비된 전력/물 소비량까지 커피 업계가 지속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 비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입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이 과연 너무 과다한 정보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중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저가커피에 비해 2~3배의 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저 맛이 향상됨으로써 그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대중들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필자는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하면서 로스터리들의 전달하는 메시지 중 가장 납득이 된 경우가 바로 ‘로스터리가 커피를 거래하는 과정 중 지급한 자금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힐 때’였다.



커피업계에서 근무를 하는 입장, 그리고 커피를 깊게 파고 사랑하는 커피애호가의 입장에서 로스터리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마케팅적인 요소로 필자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크게 와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로스터리들이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얘기하지만 농장에서 직접 생두를 받아서 판매하는 로스터리는 현저히 적다.


그리고 대부분의 로스터리들이 중간 생두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입장이고, 소개하는 멘트들이 생두업체에서 소개하는 멘트 그대로 소개하기 때문에 과연 산지와 농장, 그리고 프로듀서에 대한 이해가 깊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차피 로스터리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커피를 생두업체에서 공급받아 로스팅해서 제공하는 것이 현재 그 로스터리의 현재 상황이라면, 그 철학을 풀어내는 메시지보다는 직설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커피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한창 가향/무산소 커피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농장에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해 왔지만, 과연 우리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투명한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했고, 이제는 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구문화를 통해서 경쟁을 통해서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가한다면, 오히려 더 소비자에게 설득이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지인이 했던 질문에 다시 되물었다.



"그러기엔 아직도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은걸?"





- EP 11.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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