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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Feb 15. 2024

EP 10. '커피는 라떼가 진리지'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실수로 연재란에 발행하지 못해 다시 한번 더 업로드 합니다.



"카페는 라떼가 진리지."



필자의 친구 중 강경라떼파인 친구가 한 얘기이다.


물론 그 앞에 덧붙였던 이야기도 같이 해야 한다.



"어차피 아메리카노는 그냥 물처럼 마시는 거니까, 제대로 카페를 즐기려면 아메리카노 말고 딴 거 마셔야 해."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가 압도적인 일등을 하고 있지만, 그 뒤로 라떼가 바짝 쫓아오는 메뉴다.


그리고 상당수의 카페 리뷰들을 보면 아메리카노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다는 라떼 맛집이라고 타게팅을 하는 글과 매체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다들 저가커피카페에서 흔하게 자주 마시는 아메리카노보다는 카페에 놀러 가서 마시는 메뉴로는 라떼를 선호하는 듯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유가 주는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그리 자주 주문하지는 않지만, 라떼가 인기 있는 메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라떼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조합에서 오는 맛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라떼를 포함한 밀크 베리에이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필자의 입장에서 나눠보려 한다.







5가지의 맛(신, 단, 쓴, 짠, 감칠) 중에서 가장 높은 만족감을 주는 맛은 바로 단맛이다.


예전과 달리 저가 커피 아메리카노의 쓴맛에 익숙해진 요즘,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이나 바닐라 시럽을 넣고 마시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단맛이 나는 커피메뉴는 이제 주로 우유가 들어간 라떼 또는 밀크 베리에이션 메뉴들이 주를 잡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탕비실이나 음식점에서 많이 마시는 인스턴트커피도 설탕과 분말우유가 들어간 커피이지 않은가.


심지어 아무 시럽을 넣지 않더라도 우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당도 있을뿐더러, 커피의 쓴맛을 없애는 방법 중에 가장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이 바로 우유를 커피에 넣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블랙커피에서 그렇게 커피에서 은은한 단향을 느낄 수 있다고 얘기한들,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달콤한 시럽을 넣어서 만드는 음료에 비교하자면 그냥 덜 쓴 커피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맛에 있어서는 우유가 들어간 라떼가 좁은 옵션을 주는 블랙커피보다 훨씬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쉬운 메뉴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다. 


카페를 즐기기 위해서 라떼가 선사하는 또 다른 역할이 있다.








카페를 즐긴다는 것에는 사진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지금 즐기고 있는 카페를 자랑하기 위해서는 SNS에서 사진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그때 단순히 검은색 액체가 담겨있는 것보다 브라운 톤의 배경에 흰색 그림이 그려져 있는 모습이 훨씬 사진으로 찍히면 다채롭지 않은가. 


그리고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카페 관련 사진들에는 꼭 라떼가 포함되어 있다.


단순하게 카페라떼 뿐만이 아니라 말차라떼, 딸기라떼 등 형형색색의 다양한 색이 포함되어 있는 사진들이 더욱 다채롭게 사진을 채워주기 때문에 카페를 소개하는 사진 인플루언서들이나 인증사진에는 밀크 베리에이션 메뉴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와 비슷한 일례로 홈카페 시장에서 장비 과열에 불을 지핀 메뉴도 라떼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홈카페 시장에서 장비에 비용을 지불한 만큼 만족감을 주는 메뉴는 라떼가 거의 유일하게 가능한 메뉴라고 생각한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필터커피를 포함한 블랙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수많은 도구들과 레시피가 나와있지만, 라떼는 어떠한가.


최근 들어 나온 자동 밀크포밍 도구를 제외하면, 프렌치프레스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오는 스팀으로 해결하는 것이 라떼를 위한 스팀밀크를 만드는 도구들이다.


심지어 프렌치프레스로 스팀밀크를 만들기에는 우유를 데워서 직접 크게 크게 팔을 움직이며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하지만, 우리가 카페에서 먹는 라떼만큼의 윤기 나는 스팀밀크를 만들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다.


집에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블랙커피에 비해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튜브 영상에서는 밀크스티밍을 위한 색다른 도구를 소개해주는 방식보다는 어떻게 라떼아트를 더 이쁘게 그릴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으니, 일정 가격 이상의 머신을 구매하기만 한다면,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만한 지불비용과 만족도가 우상향을 하는 메뉴가 바로 라떼다.


그 만족도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진입장벽이 꽤 높을 뿐.


하지만 이런 홈카페에서의 라떼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현상 덕분에 로스터리 카페에 많은 영향을 받아서 변화가 오고 있다.







최근 개인카페의 밀크 베리에이션의 트렌드는 호주식 우유 메뉴들 또는 크림커피를 파는 형식에서 라떼 전용 원두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홈카페에서 소비하는 방식이 단순한 데일리커피용 뿐만이 아닌 이전에 소개했던 강렬한 향미의 특수발효커피들 때문에 향시럽을 넣지 않더라도, 딸기 혹은 멜론 같은 라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스페셜티 커피의 가공방식의 발전으로 인해, 다른 카페와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서 향미가 강렬한 원두를 사용해서 시즈널 블랜드 또는 밀크 특화 블랜드를 만들어내 기존의 고소함과 초콜릿 같은 느낌의 커피 말고도 색다른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심지어 위에서 언급한 향시럽이 들어간 라떼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강렬한 향미가 그렇게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한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에서 자주 쓰는 강렬한 탄맛과는 다른 향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밝고 은은한 향미의 커피를 내세우는 개인카페들도 자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컨설팅을 진행하거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게 되면, 프랜차이즈에서 지향하는 강렬하게 자극적으로 구운 향이 아닌 부드러운 향미를 선호하게 되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비자의 입맛은 날이 갈수록 고급화되어 가기 때문에, 요식업계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맛의 차별화가 이제야 카페시장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라떼라는 밀크 베리에이션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아보았다.


스페셜티 커피와 블랙커피를 선호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 어느 때보다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메뉴 하나 높은 비중을 두고 맹목적으로 빠지게 되는 현상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음료라는 것은 카페라는 공간을 대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수단일 뿐이다.


어떤 메뉴를 먹던 결국 내가 지불한 비용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카페는 누구랑 오느냐가 더 중요한 진리지 않을까.'




- EP 10. END.






2024 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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