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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Feb 01. 2024

EP 9.  '그냥 커피맛이에요.'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




'그냥 커피맛이에요.'



이전에 봤던 쇼츠에서 한참 커피의 향미를 소개하던 바리스타에게 돌아온 소비자의 멘트였다.


실제로 매장에서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시즈널 블랜드나 필터커피의 경우, 다양한 과일이 적혀있어서 구매했다가 생각보다 그런 느낌이 없고 마냥 밝은 커피 한잔만 받아서 당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실제로 매장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판매할 때 적혀있던 과일이 안 느껴진다고 말하고 고민을 토로하던 고객도 있었다.

(물론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소개했듯 실험적인 발효과공을 통해 강렬하게 하나의 향미를 느낄 수 있게 나오는 커피가 나온 요즘에는 입문자의 문턱이 낮아지긴 했다.)



출처: lighthouse coffee shop


많은 커피 회사들이 커피가 가진 화사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커피 봉투 또는 상품 상세페이지에 다양한 과일과 향미 관련 단어를 소개하고 있다.


위의 사진처럼, 커피 한잔에 '토피, 캐러멜, 초콜릿, Honeycrisp(사과 품종), 사과, 체리, 포도' 같은 느낌이 전부 한잔의 커피에서 느껴진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떤 단어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일반 소비자에게 설명하기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현업 커피인들이 느끼는 이런 섬세한 향미들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걸까?


진짜 그런 향미가 커피에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오늘은 '커피의 플레이버 휠과 감각을 느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다음의 그림은 커피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커피 플레이버 휠'이라고 하는 커피에서 느껴지는 향미를 표현하기 위해 작성된 커피 향미 용어집이다.




이렇게 다양한 과일 같은 밝은 느낌을 표현해 주는 단어부터 초콜릿이나 견과류의 커피를 볶으며 느껴지는 단어들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향미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플레이버 휠이다.


그래서 커피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다양한 커피를 상품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커피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향미들을 예민하게 확인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한다.


다만, 소비자들은 그만큼 예민하게 커피 한잔을 즐기는 이가 적다.


분명히 커피에서 산미가 있는데 이게 라임이 맞는지, 서양 배라고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증만 남긴 채 커피를 비우는 경험이 커피를 입문하던 시절의 필자에게도 있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커피를 음미해야 그들이 말하는 다양한 향미들을 경험할 수 있을까?





출처: SCA Coffee Value Assessment 프로토콜


현업에서는 최근 커피를 평가하기 위해 마시는 행위를 '리쿼링'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 커피를 커핑 스푼이라는 숟가락에 떠서 마시는 것인데, 어차피 한 모금 정도의 양이기 때문에 입에 한 모금 머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여러 본인만의 커피를 평가하는 방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커피는 구강과 비강을 통해 초반-중반-후반부의 맛이 차례대로 느껴지게 된다.


잔에서 느껴지는 향미를 맡고, 한 모금을 입에서 천천히 굴려보면서 다양한 느낌을 확인하고, 마시고 난 후에 잔여감을 느끼는 것이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커피 한 모금을 느끼는 방식이다.




필자는 처음은 이렇게 "밝은 과일, 견과류, 달콤한 과일, 꽃 향기, 초콜릿, 허브&향신료"의 6가지의 큰 틀에서의 향미들만 느낄 수 있으면,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범위를 쉽게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에서의 센서리는 "음료에서 느껴지는 향미와 맛의 조합에서 기존에 경험했던 기억이 합쳐져 표현되는 언어들의 나열"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닙스라는 노트를 누군가는 혀에 닿는 견과류의 감촉 때문에 견과류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빈투바 초콜릿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쿰쿰함 때문에 발효된 느낌의 무언가로 느끼기도 하고, 이 향이 강해지면 된장, 쌈장 같은 고소하고 쿰쿰한 장류의 향미를 느끼기도 하다.


다른 예로는, 자스민 이라는 꽃 향기는 누군가는 실제로 꽃에서 느껴지는 향이 될 수도 있고, 중국집에서 제공되는 자스민 티 같은 향미로 느낄 수도 있고, 혹은 둘 다 경험해보지 못한 이는 그저 향긋한 허브류의 향미로 인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플레이버 휠의 가장 안쪽의 넓은 범위의 향미들부터 점점 바깥쪽으로 나가며 본인이 느끼는 향미를 인식해 나가면 된다.


만약 이런 센서리 실력을 더 기르고 싶다면, 퍼블릭 커핑이라는 카페에서 다양한 커피를 시음하게 하는 활동에 참여해서 다른 사람들은 내가 느낀 커피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듣고 오기만 해도 다양한 표현과 내가 표현하는 언어들에 대한 교정(칼리브레이션)을 하고 올 수 있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표현하는 센서리는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해서 표현된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물론 한 명의 개인이 전 세계의 모든 맛을 경험할 수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커피에 정답은 없다.'라는 말로 다양한 의견을 맹목적으로 일반화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채 흐트러두지 않았으면 한다.


커피는 "일정 범위의 답안 구간"이 무조건 있다.


필자가 위에서 소개한 6가지의 넓은 범위의 향미 표현이 그러하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느껴지는 향미의 일치화를 위한 조정(칼리브레이션)을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 현업자들은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지 못했기에 많은 진입이 힘들었었고, 발효 커피를 통해서 보다 직관적으로 소비자에게 다다 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런 일부분 정해진 답안 구간에서 소통하는 법을 소개한다면, 소비자와 현업근무자들 간의 괴리를 급격하게 줄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입문자에게는 한 번이라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혹시라도 어떻게 커피 맛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간단한 표현부터 시작해도 좋다.





"좀 복잡한 커피맛이에요."





- EP 9 END.







*[소비자가 바라본 스페셜티 커피]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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