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페치아라는 도시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친퀘테레는 사진이나 그림에서 본 정도였다. 혜진 아빠와 엄마가 이 지역의 여행계획을 짜서 별 생각 없이 왔다. 이태리 가이드북도 미리 못 본 상태였는데 여행하면서 그때그때 보려했다.
그동안 한 도시에서 3박 정도를 하니 여유가 있었다. 라스페치아에서도 3박 예정인데 하루 만에 친퀘테레 다섯 마을을 둘러봤기 때문에 하루가 남는 것 아닌가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핵심적인 장소만 보고 가면 몰라도 남는 시간이란 건 없는 거 같다. 한 장소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보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스페치아는 큰 항구도시이고 미처 몰랐던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오전에 유람선을 타러 라스페치아 항구로 갔다. 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30분 걸려 porto venere에 도착해서 내린 후 시간을 보내다 다시 탑승해 1시간동안 친퀘테레 마을을 배에서 보고 마지막 다섯째 마을에서 내려 시간을 보내다가 라스페치아 항으로 오는 일정이었다. 바닷물은 짙푸르고 반짝였다.
라스페치아 항에서 30분 걸려 porto venere에 도착했다. 깨끗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거나 일광욕을 했다. 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은 깔끔하고 식탁위의 컵 색도 예뻤다. 메뉴를 보고 시키기도 쉽지 않았다. 사진과 영어 메뉴를 보고 시키지만 생각과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물 값은 2유로, 자리 값은 4유로였다. 프랑스와 달리 물 값과 자리 값을 받았다.
Porto venere에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정도 친퀘테레 마을을 보면서 지나갔다. 전날 기차를 타고 갔던 곳을 배에서 바라보니 관점도 달라지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저기가 걸어갔던 길이네.”
남편의 말에
“저기쯤이 오렌지 쥬스 마시던 곳 같은데”
마을 안을 걷고 그 안에서 했던 일이 떠오르며 자꾸 손가락으로 마을 쪽을 가리키게 되었다.
셋째 마을 코르닐리아에서 넷째 마을 베르나차까지 걸었던 길을 바라보니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산에서 쉬며 바다 쪽을 바라볼 때 물살을 가르며 가던 하얀 배가 보였었는데 반대로 배에서 산 쪽을 바라봤다. 보는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달라졌다. 이 지역은 천혜의 자연을 잘 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잘 보존하여 세계적 관광지로 가꾸어낸 지혜가 대단하게 여겨졌다.
라스페치아 항에서 porto를 거쳐 친퀘테레 마을을 보고 다섯째마을에서 내렸다가 다시 오는 유람선 관광. 왕복 3시간이 걸렸고 두 번 쉬면서 하루를 보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기차를 타고 친퀘테레만 보고 갔다면 라스페치아에 대해서는 잘 몰랐을 것이다.
시간과 경비에 제한이 있으면 명성 높은 곳만 찍고 가지만 좀 더 여유롭게 일정을 잡을 수 있으면 라스페치아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유람선을 타고 친퀘테레 마을을 바깥에서 보는 것도 좋았고 라스페치아라는 마을 자체를 느껴보는 경험도 특별했다. 라스페치아는 이태리에서 물가도 싼 편이고 바다가 좋으며 사람들도 열정적이고 친절한 도시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