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카데미아 미술관

by 박경화

아카데미아 미술관


1. 피렌체의 아침


피렌체에서 4박을 한다 해도 가는 날 오는 날 빼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많이 못 볼 것 같았다.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예약을 안 하다보면 기다리는 시간도 많이 드는 상황이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남편과 아침부터 서둘렀다. 오전 8시쯤에는 그 붐비던 두오모 성당 앞도 한가했다. 산 조반니 세례당의 동쪽 ‘천국의 문 앞’에는 몇몇 명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잘 못 봤지만 찬찬히 볼 기회가 되었다. 문 위에는 세례 받는 예수와 세례자 요한, 천사의 조각상이 있었다. 기베르티가 청동으로 만든 '천국의 문'은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10개의 부조로 상징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 십계명 받은 모세 등의 이야기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 하나 하나까지도 리얼했다. 제한 된 면적에 많은 내용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기베르티가 조각가이자 금속공예가여서 가능 했을 것 같다.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며 하루가 경건하게 시작되었다.


세례당문.jpg 세례당 동쪽 '천국의 문'


문부조-3.jpg 천국의 문 부조


2. 아카데미아 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미켈란젤로(1475~1564)의 다비드 상 진품이 있다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예약을 못 한상 태여서 개관 8시 15분보다 좀 일찍 갔다. 다 마찬가지 생각인가 보았다. 이미 줄이 늘어서 있었다. 두 줄 중 하나는 예약한 사람들이었다. 예약자 우선입장이고 현장구매자는 나중에 입장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 들어갔다.


다비드 상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다비드상은 생각보다 컸다. 성경 속 목동 다윗을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디테일함에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집중해서, 상대인 골리앗을 바라보는 표정은 비장했고 오른쪽 손으로 돌을 움켜쥔 자세는 결연했다. 왼손에서 뒤로 이어지는 투석기의 끈이나 팔과 손의 도르라진 핏줄까지도 생생했다. 다가오는 적 골리앗과 만나기 직전 돌에 힘을 쥐고 있는 긴장감과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자신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다비드 상은 피렌체가 다른 국가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외부를 경계하고 내부를 단합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른쪽 손은 신체 비율에 비해 큰 편인데 원래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의 지붕 동쪽에 세워질 예정이어서 아래에서 볼 시선을 고려해 그렇게 제작된 것이라 한다. 보는 위치까지 생각해서 치밀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미켈란젤로는 피렌체 시의 의뢰로 1501년에서 1504년에 걸쳐 다비드상을 제작했다. 29세 나이에 5.17미터의 대리석으로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을 탄생시켰다. 교황과 황제의 세력을 견제하고 시민들에게 자유민권의 상징의 역할을 했던 걸작품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의 울림을 주고 있었다.



다비드상사람들.jpg 다비드상을 관람하는 사람들


다비드상.jpg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세 명의 인체가 얽혀있는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 상에서 발길이 멈추어졌다. 납치하려는 남자 위로 발버둥 치며 공포에 질린 여자가 있고 맨 밑에는 여자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좌절 하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로마의 건국초기 시조였던 로물루스가 로마에 여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옆 동네 사비나 족을 초청해서 여자만 납치하고 남자는 몰살시킨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폴랑드르 출신의 잠볼로냐( 1529~1608 )의 작품이다. 미켈란젤로를 흠모했던 잠볼로냐는 피렌체에 와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게 되어 작품 활동을 했다. 다소 거친 느낌이 들었는데 대리석 원작을 만들기 위해 미리 제작한 석고모형이었다.


사바나여인 (1).jpg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상들도 볼 수 있었다. 성 마테오상과 노예상 들은 대리석 원석이 일부 남아있고 덜 다듬어지기도 했지만 미켈란젤로의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품들이다.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를 표현한 ‘팔레스트리나 피에타상’도 있었다. 미완성인 이 작품에서도 어머니 마리아에게 안긴 예수의, 몸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휘어진 다리가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었다.


미켈미완.jpg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상


미완.jpg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19세기 방에는 아카데미아 교수들의 다양한 주제들의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많은 석고 모형들은 아카데미아가 예술대학이었다는 것이 실감날 만큼 실기실 같은 분위기를 띄었다.


20191002_094201.jpg 19세기 방의 작품들


-----

아카데미아는 1563년에 세워진 유럽의 첫 미술학교였는데 18세기 중엽 학생들의 작품을 보관하면서 미술관이 생겼다. 18세기 후반에 토스카나 지방을 다스리던 레오폴드 대공이 자신의 수집품들을 기증하면서 미술관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keyword
이전 10화피렌체-산 조반니 세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