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1. 예술을 향한 자존심 대결
두오모 통합권을 구매한 상태여서 산 조반니 세례당을 갔다. 두오모 성당 바로 앞에 있는 팔각형의 건물로 단테가 세례를 받은 곳이다. 외관은 흰색과 녹색, 분홍색 대리석이 정갈한 디자인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세례당에는 세 개의 출입문이 있는데 동쪽 문인 ‘천국의 문’앞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1402년에 세례당의 출입문에 새겨 넣을 청동 부조상을 현상 공모했다. 당시 22세의 기베르티와 23세 브루넬레스키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구약성서 내용의 시작품(試作品)을 제작해서 대결했다. 기베르티는 입체감 있는 구성에다 무게를 줄이는 공법으로 경제성까지 인정받아 최종 승자가 되었다. 그 이후 10장의 판에 구약성서 이야기가 담긴 청동 문을 28년에 걸쳐 완성도 높은 천국의 문으로 만들었다. 브루넬레스키도 기베르티를 도와 함께 청동문 제작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2인자에 머물고 싶지 않았던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가서 건축을 공부했다. 10여년 후 그는 오랫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두오모 성당의 거대한 돔인 쿠폴라를 완성시켰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티의 예술을 향한 자존심 대결은 빛을 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들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례당 내부로 들어가니 높은 지붕 내부의 화려한 금빛 모자이크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천정 전면에는 커다란 예수그리스도상이 그려져 있었다. 주변에는 구 신약 성서의 에피소드, 그리스도의 생애, 세례요한의 일생 등이 층을 이루어 형성되어 있었다.
례당 옆 건물에서 성화와 전시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돌리다가 선정되면 도와주기 위한 도구도 있었다. 어느 시대나 어려운 사람은 있고 도움을 주려는 시도도 다양했다.
전시품들을 보다 바깥을 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천국의 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그 주변의 인파 속에서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축복을 받는 콘셉이 독특해보였다.
-----
산조반니 세례당은 5세기경에 세워진 고대의 세례당 터에 1060년에서 1150년에 걸쳐 재건되었다.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진품은 두오모 박물관에 있다. 브루넬레스키의 현장감을 살린 응모작품도 훌륭했는데 피렌체의 바르젤로 국립 박물관에 남아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 ~ 1446)
로렌초 기베르티(1378년 ~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