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촬영 알바를 하고 돌아가는 길은 늘 마음이 벅차다. 배우는 것들이 많고, 생각해 보게 되는 것들도 많아서 그렇다. 나는 그저 카메라 뒤에 서서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지만, 샷사이즈를 조절하고 수평수직을 맞추고 초점을 조절하는 데 아직 진땀을 빼지만, 직접 말을 하지 못해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들이 많다.
검도는 나의 인생,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검도를 가르칠까. 구시가지 홍등가에 자리를 잡고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벽화를 그리고 예술 작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처음에는 그런 걸 물어보고 싶었다. 대단한 마음이라는 건 물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답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실은. 말로 정리되지 않아 더 풍부한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더 생각해보게 하고 더 고민해보게 하는 것들.
오래고 깊은 누군가의 고민과 행동을, 나는 그 결과만 간단히 정리해서 취하려 했다.
정리된 말로 표현되는 것보다 늘 세계는 더 깊다.
타인에게 정리해 줄 것을 바라기 전에 내가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
간편하게 정리된 말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몸짓에 배인 마음들을 알아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