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결과는 망해버렸는걸
가끔씩 그런 일들이 있다. 처음 시작도 전에 쎄~한 느낌이 드는 일들.
지나온 경험들이 입을 모아 '이건 죽었다 깨나도 잘될 수가 없다'라고 경고하는 일들.
아직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서일까. 그런 명백한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또 머리 한쪽에서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잘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곧 그 생각은 '이건 잘 될 수도 있잖아?'라는 되지도 않는 희망으로 변질되고, 또 무언가 타닥타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과는 뻔하다. 망했으니까 이러고 있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참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망해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한다.
- 애초에 10을 요구한 거래처는 결국 8을 제시하며 이 정도면 많이 봐줬다 생각했는데 "왜 망했어?"
- 애초에 3만 해주는 게 당연한 협업 팀은 6까지나 해준다는데 "왜 망했어?"
- 애초에 3과 10이 만났으면 진행을 하지 말았어야지 왜 헛짓거리를 했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한데 실망할 나를 생각해 애써 괜찮은 척하시는 팀장님
- 처음엔 4와 6 정도인 줄 알고 그래도 이 정도면 조율할 수 있겠다 싶었던 난 열심히 하고도 "왜 망했을까?"
그럼 망해버리는데 가장 큰 잘못을 한 주체는 누구일까.
3만 해주는 게 맞는데 10을 요청하는 거래처일까. 많이 양보해도 6까지는 가능해도 8까지는 불가능한 협업 팀일까. 처음 받은 문의만 보고 4와 6인 줄 알았던 나일까.
누구의 잘못이랄까. 그냥 순간순간 지나오면서 켭켭이 불순물이 쌓인 일이 되어버렸다.
사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고 하는 것보다는,
이미 결과적으로 망하고 난 상황에서는 달랠 길 없는 허탈함과 무기력함이 가장 어찌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시작을 하고, 망한 건 잘된 걸로 덮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