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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Aug 30. 2020

낭만을 온몸에 두른 여수

예상치 못했던 무더위, 그럼에도 좋은.

(이 여행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기 전인 14일 ~ 16일에 다녀왔습니다.)



 "여름휴가"라는 말을 꺼내기도 눈치가 보이지만 제대로 된 햇빛조차 못 보는 생활이 장기간 이어지자 괜스레 여행 어플을 만지작하고 있던 8월 초였다. 17일이 대체 공휴일로 긴급 지정됐고, 쌓여가는 연차를 소진하기에 이만한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딱히 여수를 선택한 큰 이유는 없었다. 때마침 KTX가 40% 할인을 하고 있었고,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말하던 가고 싶은 여행지 중 여수가 셋 다 가보지 못한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고, 17일은 전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대체공휴일이었고 여행 어플 검색어 1위에는 떡하니 '여수'가 올라 있었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드는 숙소는 이미 판매 완료였고 오션 뷰를 포기할 수 없던 우리의 숙소 위치는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렇게 잡은 오션뷰만 가진 펜션. 내부는...
이쁜 털을 자랑하는 고양이가 지키던 첫째 날의 게스트하우스. 얼굴은 절대 보여주지 않더라.
(친구) 얼굴은 안보이니까 올려도 괜찮겠지

 어차피 편안한 여행은 글렀기에 차라리 우리는 대학 초반 때의 느낌으로 무계획 여행을 시작했다. 사실 그냥 셋 다 뭐 대단한 것, 좋은 것 알아보기가 귀찮았다. 그럼에도 한없이 푸른 하늘과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그 자체로 우리를 신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낮게 펼쳐진 건물들과 간간히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보이는 힙한 카페와 술집들. 


왼쪽부터 낮게 깔린 구름이 인상적인 돌산대교, 뙤약볕을 이겨낸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향일암의 절경, 그냥 가기만 하면 즐길 수 있는 이순신광장 옆의 한 카페(GROOVY)

 시원한 카페에서 맥주 한 잔과 바라보는 여수 바다는 다사다난한 올해의 일들을 잠시 잊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올 초 처음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상할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에 이어지는 유튜버 광고 고지 이슈까지.. 유난히 큰 국내외 이슈가 많았던 올해였지만 어느 세상 이야기냐는 듯 여수는 특유의 평화로움과 낭만으로 타지인들을 반겨 주고 있었다.

 

 언젠가 사람이 망각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담는 것은 사람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는. 여행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도 모르게 몸 이곳저곳에 들러붙은 사회의 찌꺼기를 털어내야 하는 때가 오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요소. 여수는 그런 의미에서 딱 알맞은 장소였다. 어딜 가도 보이는 아름다운 수평선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섬. 그리고 없던 감성과 흥까지 끌어내 주는 밤의 거리와 포차들까지.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하고 싶은 것도 멍석을 깔아주면 부담스러운 법인데, 어딜 가나 지역 슬로건처럼 뇌리에 박히는 '낭만'이라는 단어. 이미 있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낭만'을 떠올릴 터인데 강요하는 듯이 도시 전체에 깔린 단어가 오히려 조금은 불편할 수 있다.




 여수는 입버릇처럼 여수 가고 싶다 라고 할 때만큼 작고 간단한 곳은 아니었다. 2박 3일은 수많은 아름다운 섬을 보고 10 미로 불리는 별미들을 다 경험해 보기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혹 짧고 굵게 여수를 즐기고 오고 싶은 분들을 위해 방문 기록을 남긴다.


 - 숙소: 백팩커스 게스트하우스 (워낙 유명..), 글로리아 펜션

 - 관광지: 돌산대교, 향일암, 경도, 만성리 해수욕장

 - 먹은 것: 간장게장, 하모, 돌산갓김치(GOD김치..!) , 개도 막걸리 (전국 유통되지 않는 막걸리로, 향일암 갔다가 내려오면서 한 잔 꼭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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