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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Nov 22. 2020

재미있는 것이 없어

처럼 무책임한 말

금요일이면 "다들 이번 주말에는 뭐하세요?"

월요일이면 "다들 주말에는 뭐하셨어요?"


 그저 무료한 점심시간을 이어가기 위한 일상적인 질문일 뿐, 정말로 내가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것을 먹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기분 전환 삼아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데도 답답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조금 답답함은 적지만 빈도가 짧은 유사 멘트도 있다.

 "오늘 퇴근하면 뭐하세요?"

 이런 질문들이 몇 달인가 되풀이되고 나서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근하고 혹은 주말에 무엇을 할지 기대하며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에게는 없었다.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평일에 어떤 급한 일로 야근하게 될지 모르는데 매일 저녁 7~8시에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괜찮나?', '비싼 돈, 시간 들여가면서 취미 생활을 만들었는데 갑작스러운 급한 일로 못하게 되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치열하게 찾아낸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무언가가 없는 나는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일상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어 하던 나는 시간이 생기면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우선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어릴 적 그렇게 혐오하던 그냥 매일 업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서 멍하니 누워있기 바쁘고, 주말이면 친구 한 두 번 만나 술 마시는 것 말고는 자기 생활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을 찾는 것은 삶에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치는 아닐까.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더 무책임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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