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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잠 Dec 17. 2023

귀찮지만 정리는 좋아해

어떻게 흘러간 걸까 2023년

 매 글에 사진 하나씩은 넣으려고 하는 주의인데 점점 폰이 기능을 잃어가면서 차라리 안 올리는 것만 못한 것 같다. 4년을 함께 해온 S20..이지만 중고폰으로 팔면 얼마가 나오고 새 폰 사면 또 옮기고 적응하는 건 너무 귀찮겠지? 하는 생각뿐이다.


 게으름이 지배하곤 하는 몸이지만, ISTJ의 J가 더 강한 것인지 일상에 잠깐 여유가 찾아올 때면 혼자 생각하는 걸 즐기곤 한다. 보통 그럴 때 하는 생각이란, 으레 그렇듯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는 것이다.

 

 식상하게들 매번 '역대급'이라는 말을 쓰지만, 올해가 유난히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만큼 나에게 올해가 '역대급'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2월 초에 난 결혼을 했고 (1주년이 코앞이다..!), 3월에는 10년 독립생활을 청산하고 신혼집을 합쳤으며, 4월부터 9월까지는 회사에서 새로운 팀의 일원으로 구성되고 1달에 2~3일밖에 못 쉬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대리 직급이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따내 덕분에 전사 직원들 앞에서 우수 사례 발표도 해보고, 그 공으로 인사 평가도 잘 받아서 승진 이야기가 나왔으나 으레 그렇듯 큰 기대는 큰 실망이 되었다.

 

 10월부터의 4분기는 물리적인 바쁨보다는 심리적인 방황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정말 다시는 이렇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열정적으로 일한 만큼이나 반발력이 강하게 왔다. 모든 일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그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만 커졌던 것 같다. 나는 자존심이 불필요하게 강하다. 건방지지만 남한테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주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아야 하고, 동일한 조건에 있는 그룹이라면 항상 그 그룹 안에서는 어떤 면으로든 더 우수한 사람이어야 자존감이 유지된다.


 그런 것들이 올해 와서 잘 안 됐던 것 같다. 사람들의 평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얻은 것은 말뿐인 허울이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나의 발버둥이 얼마나 우스워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아 이런 시간들이 방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 당장의 경제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나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더 힘들고 조금 무식해 보일지라도 결국 이런 모습을 더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이라는 것.


 2024년에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뿐이겠지만, 2023년보다는 그래도 그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맞이했을 때 보다 의연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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