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벽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뒤에 있었다.
처음엔 그저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었기에 좋았다.
때로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곳이라 여유가 있었다.
그저 좋았다.
나는 자랐고, 벽은 줄었다.
어쩌면 애초에 별로 높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든든하지도 않았다.
기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았다.
기대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를 지탱하던 벽은 이제 내가 안을 정도로 작았다.
처음엔 나를 위해 존재하는 벽인가 했는데
지금은 벽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