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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그늘 Oct 11. 2021

그 벽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뒤에 있었다.


처음엔 그저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었기에 좋았다.

때로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곳이라 여유가 있었다.

그저 좋았다.


나는 자랐고, 벽은 줄었다.

어쩌면 애초에 별로 높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든든하지도 않았다.

기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았다.


기대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를 지탱하던 벽은 이제 내가 안을 정도로 작았다.

처음엔 나를 위해 존재하는 벽인가 했는데

지금은 벽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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