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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그늘 Oct 19. 2021

나는 이 온도를 기억한다.

창틈 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어느새, 벌써, 그러하게 되었다.

방으로 들어온 한기는 안을 채우며 기억을 되살린다.

나는 이 온도를 기억한다.


스무살, 술에 취한 채 비틀 거리던 때 날 감싸던 한기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누군가와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났을 때 날 찾아왔던 한기다.

그렇게 더 나이를 먹고,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늦은 밤 밖에서 화장실을 찾던 날 괴롭혔던 한기다.

나는 그때의 그 온도를 기억한다.


티나지 않게 조금씩 늙어간다.

매해 나를 찾는 그 온도는 변함이 없는데

마중나온 나의 몸과 마음은 비할 바 없이 다르다.

외롭고, 슬프고, 때로는 기쁘다.


창틈 사이로 한기가 스며든다.

벌써 찾아 온 이 아쉬움이 

이 온도를 기억하게 만든다.

이 마음을 잊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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