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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그늘 May 27. 2022

틈 사이로 이는 바람

지하철 문 앞

창문 밖으로 나무와 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 댄다.

수없이 스쳐가는 인연처럼 흩어지는 풍경에

문 틈 사이로 바람이 인다.


바람이 분다.

이 기다란 통 안으로 바깥의 바람이 들어온다.

이 틈이 점점 거대해져 통의 커다란 구멍이 나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째서 이런 섬뜩한 상상에도

그것이 그렇게 무섭지도 슬프지도 않은 지 나는 잘 모르겠다.


걸음을 멈춘 지하철

당연하단 듯 열리는 문과 오가는 사람들

잠깐의 자유로운 상상은 이걸로 마친다.

열린 문에선 더 이상 바람이 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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