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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Oct 27. 2023

<원터치/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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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터치>

      

산에서 내려오다 아들놈이 빈 물통을 내게 던지며 원터치하고 소리친다터치가 뭔 줄 아냐고 물으니 받는 것이라 한다그게 아니고 터치란 건드리거나닿는 것이라 말해주고덧붙여 걷어 올리는 것도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그건 갑자기 배구경기가 생각나서였다배구는 쓰리터치 이하로 공을 넘겨야 하는 경기로 리시브토스스파이크의 패턴으로 이어지는데강 스파이크한 공이 상대방의 코트 속으로 내려 꽂혀야 속 시원하게 마무리되는 것임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고만약 리시브가 불안하다면토스도 스파이크도 있을 수 없다그런데 세상에는 리시브만 하다가 볼 일 다보는 안타까운 종족이 있다평생토록 손목의 살아니 온 몸이 벌게지도록 뼈 부서지게 상대방의 공을 받고만 있는 것이다그들은 걷어 올리는 꿈을 꾼다비록 터치의 본래 의미가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기필코 걷어 올려보고 싶은 것이다하여 한번은 가슴뼈가 뻐근하도록 후려치고 싶은 것이다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스카이 서브를 넣어 오는 저 얄미운 족속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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