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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터치>
산에서 내려오다 아들놈이 빈 물통을 내게 던지며 원터치하고 소리친다. 터치가 뭔 줄 아냐고 물으니 받는 것이라 한다. 그게 아니고 터치란 건드리거나, 닿는 것이라 말해주고, 덧붙여 걷어 올리는 것도 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건 갑자기 배구경기가 생각나서였다. 배구는 쓰리터치 이하로 공을 넘겨야 하는 경기로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의 패턴으로 이어지는데, 강 스파이크한 공이 상대방의 코트 속으로 내려 꽂혀야 속 시원하게 마무리되는 것임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만약 리시브가 불안하다면, 토스도 스파이크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리시브만 하다가 볼 일 다보는 안타까운 종족이 있다. 평생토록 손목의 살, 아니 온 몸이 벌게지도록 뼈 부서지게 상대방의 공을 받고만 있는 것이다. 그들은 걷어 올리는 꿈을 꾼다. 비록 터치의 본래 의미가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기필코 걷어 올려보고 싶은 것이다. 하여 한번은 가슴뼈가 뻐근하도록 후려치고 싶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스카이 서브를 넣어 오는 저 얄미운 족속들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