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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집>
똥집은 닭의 이빨, 부리가 입이라면 이빨은 부리에서 이탈하여 몸 속 모래집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똥집은 근위(筋胃)라고 하는데 단단한 칼슘 성분의 이빨을 부드러운 단백질, 근육으로 바꾼 게 개량주의인 것 같기도 하고 필연인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먹어 보라, 씹을수록 보통 근육질과는 전혀 다른 아련한 딱딱함, 진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땅에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보다도 하늘로 오르는 게 중요했던 모양인데 생존의 조건으로 식사의 필요성이야 더 말하여 무엇 하리. 허나, 날개를 쭉 펴 하늘을 날며 사랑하고, 고뇌하고 아스라이 저 높은 중력장(場)에서 어찌 경망스럽게 입을 짝짝 벌려 먹이를 씹을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