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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체조>
아침 6시 57분, 동래 교차로 지하철 공사장 복공판위, 삼지건설 노동자들이 맨손 체조를 하고 있다. 아직 부스스 잠 덜 깬 얼굴, 작업복 차림으로 반장의 동작에 맞춰 이 도시의 아침을 연다. 그 모습 지나가는 자동차에 잠시 가려지기도 하는데, 그들은 개의치 않고 구령소리도 크게 하나, 둘, 셋, 넷! 공연의 백댄서처럼 온 몸이 휙휙 돌아간다. 그 용트림으로 뻐근했던 어제의 노동이 펴지고, 지난 밤 술기운도 풀어지고, 오늘의 할 일조차 기다려지는데, 앞으론 일거리가 더 많아져 뭉친 근육 같은 생계가 기지개와 함께 쭉쭉 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삭막한 도심의 풍경 속, 그들의 맨손체조가 채소들의 싱싱한 하품처럼 느껴지는 이른 아침, 그 장면을 냉동차로 닭 납품하러 가면서 보게 된 나는, 중학교 때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하던 합동체조시간이 싫어, 간 크게도 교실에 남아 땡땡이치던 생각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저들 삶의 주름 펴기를 보니 불현듯 나도 체조가 하고 싶어지는데, 그래서 운전석에 앉은 채로 허리를 비틀고, 어깨와 목을 힘차게 돌려 본다. 하나, 둘, 셋,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