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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
롯데 호텔 극장식 식당 부채춤 공연, 무용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턴에 턴을 거듭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한복이 가진 선(線)의 미학으로 꽃과 파도를 만드는데, 무거운 make up을 머리에 이고도 한 치 오차가 없다. (마침내) 오색 조명이 무대를 가로지르자, 그들의 군무, 특히 꽃잎에 해당하는 부채들이 감전된 듯 파르르 떤다. 박수소리 찰랑찰랑 쏟아지고, 나는 백파(白波) 가득한 바다에 온 듯 멀미를 느낀다. 장내는 빛과 물의 혼돈이다. 마침내 공연의 껍질은 조화(造花)처럼 반들반들해져 버렸는데, 꽃의 암술과 수술이 벌어졌다, 닫혔다한다. 뿜어내는 관능 속으로 모든 게 빨려 들어간다. 롤러코스터처럼 튕겨 나갈 듯 나갈 듯, 튕겨나가진 않으면서 힘이 한쪽으로만 쏠린다. 어지럽다. 아, 이게 아니다, 무언가 있을 것이다. 그 속으로 함몰되지 않으려 애쓰며 눈을 치뜨는데, 그때 그들의 치마가 비행기구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타다다닥, 사사사삭 발소리도 들린다. 어, 저건 오리지날이다. original이 아니라, 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는 오리지날! 그러자 내 앞에서 휙휙 돌아갈 때 드러나는 그들의 발, 새까만 발바닥이 보인다. 발들은 make up보다 낮고 어두운 곳에서 수십 배 빨리 움직인다. 저 좆뺑이가 모든 걸 만들었던 것인데, 그건 2층의 관객이나, 조명기사는 결코 볼 수 없는, 바로 그들의 발밑에서만 볼 수 있는 꽃과 파도의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