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K501호 사람이 빠지다

32)

by 최희철

32) K501호 사람이 빠지다


K808호 초사였던 501호 변규섭 선장은 일본에서 중고선을 인수하여 우리와 비슷한 코스로 인도양을 건너 무스카트항에 입항해서 연료와 부식을 받고 곧장 어장으로 달려왔다. 오만 어장은 기상이 좋지 못한 몬순 시즌이었다. 배들은 모두 중부 마드라카 어장에서 철수하여 남부 ‘쿠리아무리라’ 어장으로 내려와 조업하고 있었다. 몬순 시즌엔 초 밭 작업은 하지 않는 편이다. 잘못하면 그물도 왕창 해 먹고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양 몬순 시즌은 바람도 파도도 거세기 때문에 배를 오래 탄 사람들도 약간 머리가 띵한 멀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무스카트에 입항했다가 나올 때 그랬다. 2박 3일 동안 하역 때문에 좆뺑이 치고 거친 바다를 만나면 머리가 약간 띵해지는 멀미를 경험했던 것이다.

K501호 변선장은 첫 투망을 선단 배들이 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동안 초사로 있다가 첫 선장을 발령 받았으니 주변 선장들에게 인사도 드리고 그들 옆에서 투망함으로서 그들의 일원이 된 것을 보고하는 의미도 있었다. 특히 K808호 곽선장은 누구 못지않게 축하해 주었고 잘되기를 빌었다. 변선장은 첫 투망이니만큼 보다 안전한 낮 시간에 하고 싶었다. 일부러 그렇게 시간을 맞추었던 것이다. 선원들을 아침 일찍 데끼에 모이게 해서 트롤윈치 앞에서 고사도 지냈다. 그리고 간단한 회식자리를 열어 전 선원들의 뜻을 모았다. 점심 먹고 바로 투망할 예정이었다. 목표 지점은 ‘쿠리아무리아’ 사꾸라다이(꽃돔) 어장. 하지만 몬순이라 날씨는 좋지 않았고 사꾸라다이를 잡는 곳에 초는 없지만 저질이 거칠어 피치를 약간 낮추고 다녀야하는 코스였다. 그렇게 K501호는 첫 투망을 함으로서 드디어 오만 어장에서의 대장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 첫 투망이었다. 뒤바람으로 코스를 잡고 ‘렛고’ 소리가 브리지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레고 후크로 끝자루를 당겨 그물을 슬립웨이로 떨어뜨렸다. 뒤바람이라서 그런지 간간히 선미에서 파도가 올라왔다. 하지만 선원들을 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첫 투망이라 선장 뿐 아니라 데끼에 있는 선원들도 긴장하였다. 경험이 많은 갑판장과 헷또가 갑판에서 선원들이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지휘하고 있었다. 그물이 모두 나가고 후릿줄이 나가고 있었다. 후릿줄이 인출되면서 와이어와 샤클이 슬립웨이 롤러와 부딪히며 덜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바람이 좀 더 강해지고 파도가 전개판이 매달린 선미의 외판을 강타하기도 했다. 가끔 선원들 얼굴에 파도의 포말이 느껴지고 있었다. 후릿줄, 8자링이 제자리에 채워지자 전개판은 선미 뒤쪽으로 당겨지면서 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포트 쪽에 있던 헷또는 갓다리를 전개판에 결합하기 위해 갓다리를 잡고 선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파도 전개판이 흔들리면서 배가 한 번 휘청했다. 때문에 갓다리를 잡은 헷또가 더욱 선미 전개판 쪽으로 당겨지게 되었다. 잘못하면 갓다리를 놓칠 뻔 한 것이다. 하여 처진 갓다리를 다시 꽉 잡아 올리기 위해 헷또는 선미 쪽 난간에 기대어 허리를 숙인 채 갓다리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선미 쪽으로 커다란 파도가 덮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전개판이 파도에 맞아 휘청거리면서 연결된 갓다리에 장력을 강하게 미쳤다. 그 순간 갓다리를 잡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 헷또가 선미 쪽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곳은 슬립웨이였다. 눈 깜짝할 사이라 누군가가 헷또를 붙잡을 시간도 없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갑판원들도 큰 파도에 물을 뒤집어쓰고 휘청거리고 있었으니까.

브리지에서도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 뒤쪽으로 헷또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헷또가 떨어지면서 잡고 있던 갓다리를 놓쳤기에 후릿줄을 감아 갓다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후릿줄을 최대한 빨리 감기 시작하였다. 브리지에서는 쌍안경으로 배 뒤로 계속 멀어지는 헷또를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헷또는 허우적거림이 거의 없어 배와 멀어지고 있었다. 후릿줄을 감고 8자링을 풀고 그물을 최대한 빨리 올렸다. 그런데 쌍안경으로 떠내려가던 헷또를 관찰하던 K501호 초사 고창준이 헷또가 안 보인다고 소리쳤다. 파도 때문에 헷또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계속 관찰혀, 하드 스타보드!!”

K501호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배는 다시 한 번 더 파도에 부딪히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배가 왼쪽을 쏠리면서 사람들이 모두 쓰러질 뻔하였다. 몬순이라곤 하지만 투망하면서부터 유별나게 바람과 파도가 강한 것 같았다. 쌍안경을 들고 선미의 헷또를 살피던 초사는 조금 전에 배가 왼쪽으로 넘어갈 때 무언가를 잡을손이 없어 쓰러지면서 해도대 옆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하마터면 쌍안경을 놓칠 뻔하였다. 배를 겨우 다 돌렸으나 헷또는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조금 전에도 파도가 커서 헷또가 보이질 않았는데 지금은 그 방향이 선수 쪽이라 더 보이질 않았다. 349톤짜리 트롤어선들은 브리지가 낮아 선수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 모든 선원들은 선장의 지시로 배의 외현 각 방향으로 흩어졌다. 선원들은 배의 현(舷)에 붙어 헷또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헷또는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파도가 올라와서 현 쪽에 바짝 붙어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선원들조차 위험해 보였다. 선장은 몸을 배 밖으로 너무 기울이지 말라고 말했다. 초사는 2항사와 함께 톱 브리지로 쌍안경을 들고 올라갔다. 하지만 결코 헷또는 보이지 않았다. 배는 투망을 시작한 100도의 반대편 헤딩(선수 방향) 280도 쪽을 중심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급박하게 흘러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30분쯤 지난 것 같았다. 변선장은 보이스로 선단장 곽선장을 부르기 시작했다.

“808호 808호 감도 있습니까, 본선 사람이 빠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불렀다.

“808호 808호 감도 있습니까”

곽선장은 방에 있다가 2항사에게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브리지로 올라왔다. 빠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K501호부터 듣고 모든 선단에 알렸다. 지금 즉시 양망해서 K501호 옆으로 오라고 명령했다. 하여 오만 어장에서 조업하던 해외어업 선단 6척은 모두 빠진 사람을 수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사꾸라다이’ 어장을 2마일씩 촘촘히 나누어 다섯 척이 밭을 갈 듯 돌아다니면서 수색을 시작하였다. 아직은 빠진 사람이 물 위에 떠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해면 수색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몬순의 거친 기상이 가장 문제였다. 파도가 커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잘 보이질 않을 것 같았다. 뉴질랜드 경험이 있는 K801호 선장이 이런 파도라면 사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 놓았다.

새벽 한 시 내가 브리지로 올라가니 우리 배는 조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오후에 선원들로부터 K501호 사람이 빠진 소식 들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조업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놀랐다. 그리곤 혼자서 짐작했다.

‘사람을 찾았나?’

선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초사 K501호에서 사람이 빠져 부렀어”

“아 네...”

“낮에 모든 배들이 수면 조사를 했는디 못 찾았어”

“...”

그래서 이젠 빠진 사람이 물에 가라앉았을 가능성 높다고 보고 K501호 투망 위치를 중심으로 그물로 해저를 긁어 사람을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맡은 해역을 어장에 표시해 주었다. 야간 책임자는 K801호 선장이니까 수색 중에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연락하라고 했다. 선장이 내려가고 난 먼저 K801호 선장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맡은 구역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사꾸라 다이’ 어장인데 저질은 그렇게 좋지 못한 곳이었다. 나는 조업목적이 아니니까 가능하면 피치를 낮추었다. 그래야 사람이 걸릴 가능성도 높지 않겠나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피치를 높여 예망하다간 만에 하나 시다바리(그물의 밑판)가 찢어져 그물에 든 사람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경험은 없지만 나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한 코스 한 코스 해저를 훑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빠진 사람은 우리 그물에 올라오질 않았다. 그리고 피치를 낮추어서 그런지 어획량도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업목적이 아니니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양망을 시작하고 그물의 끝자루가 올라오면 피시본드에 어획물을 붓기 전에 끝자루 안을 확인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새벽 한 시에 올라와 벌써 3방 째였다. 그리고 코스를 약간 아래로 해서 다시 투망을 했다. 이렇게 넓은 바다에서 빠진 사람을 그물로 해저를 긁어 찾겠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였다. 투망을 완료하고 나도 피곤해서 소파에 앉아 ‘칙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어탐기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물에 빠진 사람 생각이 났다. 어장에 도착해서 첫 투망에 저런 사고를 당했다니 참으로 이상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오자마자 첫 투망에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게 믿기지도 않지만 모두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 30분 쯤 양망을 시작하였다. 내가 올라와서 4번째 방이다. 코스 끝단까지 예망하려고 했는데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좀 일찍 양망을 시작하였다. 예의 작은 보따리인 끝자루가 올라오고 마이크로 끝자루를 확인하라고 했다. 피시본드에 붓기 전에 확인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잠시 후 김억준이 손을 살래살래 흔든다. 사람이 없다는 표시다. 그리고 카고윈치로 끝자루 밴드에 후크를 걸어 어획물을 피시본드에 부었다. 다 부었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김억준이 브리지로 달려온다. 순간 예감이 이상했다. 그는 순식간에 브리지 뒤 창문 쪽으로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항항.. 항해... 사사사사... 사람이 오올오올라 왔어요!!”
“뭐 어디 어디?”

“피시 보보 본드에요”

끝자루에선 확인을 못하고 피시본드에 붓고 난 뒤 확인이 된 모양이다. 난 즉시 K801호를 보이스로 불러 우리 배로 사람이 올라왔다고 알리고 우리 선장에게도 연락을 했다. 전화를 할 사안이 아니었다. 내가 브리지 계단을 뛰어 내려가 선장 방문을 열고 보고했다.

“선장님 사람이 올라왔습니다.”

선장은 놀라서 날 쳐다보며

“뭐 올라 오셨서 어디어디?”

난 분명히 ‘올라 오셨어’하는 선장의 말을 들었다. 그러더니 침대 아래쪽 서랍을 열어 미리 준비해 둔 듯 팬티와 러닝을 챙겨 처리실로 달려갔다. 나도 선장을 따라 뛰었다. 처리실엔 많은 선원들이 피시본드 주위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어획물이 없기에 피시본드 칸막이는 겨우 한 장 밖에 없었으므로 피시본드에서 어획물 속에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사람이 밖에서도 보였다. 선장은 피시본드에 도착과 동시에 고인에게 절을 두 번했다.
“아이고 이곳으로 오셨습니까, 아이고 올라 오셨습니까”

그리곤 갑판장에게 고인을 피시본드 위로 모시라고 했다. 누구라도 혼자서는 고인을 데끼로 올리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피시본드 높이가 2미터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갑판장이 피시본드로 들어갔지만 다른 선원들은 주춤거렸다. 싫어서가 아니라 일단 이런 일은 처음이고 놀란 것 같았다.

“야이 놈들아, 들어가서 얼릉 고인을 위로 모셔!!”

그제야 몇 명이 피시본드로 들어갔지만 숫자가 부족했다. 고인을 가오리처럼 카고윈치로 올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안 되겠다싶어 나도 피시본드로 들어갔다. 피시본드 위 데끼에서는 갑판원들이 엎드려 고인을 잡을 준비를 하였다. 난 고인의 발목을 잡았다. 순간적인 감각은 차가웠다. 아마 물속에 오래 계셔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고인을 데끼 한 쪽으로 모셨다.

K801호 선장이 이런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일단 고인의 옷을 완전히 벗긴 후 몸이 사후경직 되어 있을 것이니 온 몸을 손으로 주물러 근육을 부드럽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끝나면 따뜻한 청수로 고인의 몸을 씻기라고 했다. 나는 선원들과 함께 고인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죽은 사람을 만져 보았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내가 맡은 부위는 오른쪽 허벅지였는데 사후경직인지 과연 딱딱했다. 아니 그걸 떠나 고인은 군살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얼마나 주물렀을까 아무리 우리가 고인의 몸을 주물러도 고인의 몸이 부드러워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계속해서 고인의 몸은 딱딱할 뿐이었다. 내가 그때 본 것은 고인의 이마와 성기였다. 이마 아래 눈 사이에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피 빛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마 물속에 오래 계셔서 핏기가 완전히 빠져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쪼그라든 성기였다. 그것을 보았는데 갑자기 죽음이 그저 차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고인이 지금 이 자리에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채 누워있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는 고인과 같은 죽음의 차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배를 타면서 그렇게 깊은 바다에서 내가 그 주검을 건지고 주검을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고 또 이렇게 주검을 주무르고 있다니 이게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그때까지 주변에서 몇 번의 죽음을 보았지만 내가 이렇게 가까이서 그리고 주검을 내 손으로 만질 정도로 직접적 죽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따뜻한 청수를 갖고 와서 고인의 몸을 씻겼다. 씻기는 것도 비누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손으로 씻겼다. 모두 K801호 선장의 주문이었다. 고인의 근육을 주물러서 부드럽게 하는 것도 그렇지만, 고인을 씻기는 것도 쉽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전문 장례사가 아니라서 어느 정도 해야 되는 것인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장이 갖고 온 속옷을 입혀드리고 갑판 창고에서 가져온 새 운동복을 입혀 드렸다. 그리고 트롤윈치 앞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눕혀드렸다. 우리는 제사를 지낼 준비를 했다. 첫 제사를 지내고 무스카트 기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만 경찰에서는 시신을 찾은 배와 시신의 주인이 되는 배가 함께 무스카트로 입항하라고 했다. 그리고 시신은 옮기지 말라고 했다.

K801호와 K501호는 무스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인에게 쇠붙이가 있는 옷을 입히면 안 된다고 해서 일단 내복만을 입혔다. 수의와 관은 K501호에서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쿠리아무리아’에서는 두 배의 접선이 어려워 일단 위쪽으로 달리다가 ‘마드라카’ 근처에서 날씨가 좋으면 접선하여 입관식을 하기로 했다. 일단 고인은 급냉실 하나를 비워 모셨다. 고인을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해서 선원 2명씩을 한 조로 해서 2시간씩 고인 앞에서 당직을 서도록 하고 갈 때마다 소주 1병씩을 지급하였다. 그걸 보니 육지의 여느 초상집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마드라카’ 근처엔 그래도 파도와 바람이 조금 약한 것 같았다. 그곳에서 접선하였다. K501호 변선장은 완전히 얼어 버린 것 같았다. K501호 선장을 비롯해서 많은 선원들이 넘어왔다. 함께 가져온 수의를 입히고 입관식을 거행했었다. 관의 빈 공간을 채우는 염습(殮襲)은 두루마리 휴지로 채웠다. 그리곤 그곳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두 배는 이선하여 다시 무스카트를 향해 달렸다.

먼저 K801호부터 입항하라고 하였다. 나는 선장의 명령으로 유세차 (維歲次)로 시작하는 제문(祭文)을 지었다. 선장은 기독교인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고인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모시려는 것 같았다. 오만 경찰에서 시신을 인수해갔다. 나는 시신을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오만에서 경찰서는 처음 가 보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천장에 도마뱀들 몇 마리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잡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아마도 경범죄 벌금 대신 그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길었던 시간, 고인의 발견에서 염습 그리고 인수와 경찰 조사까지 끝내고 우리는 무스카트를 먼저 출항하였다. 선장은 어장으로 오면서 우리가 좋은 일을 했다고 그리고 갑판장이하 모든 선원들이 수고 많았다고 술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쿠리아무리아’ 어장으로 내려와 투망하기 전 고인을 발견한 그 지점에서 제사를 다시 올렸다. 그리고 그 지점을 네 바퀴 돌면서 고인의 영혼을 위로했다. 그 때 우리는 이젠 고인이 되신 그분이 우리가 죽을 때까지 아니 적어도 우리가 K808호를 타고 있을 때까지는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 K501호 헷또의 죽음을 생각하면 숙연해 진다. 내가 아니 우리가 운명적으로 당신의 몸을 건졌지만 그것으로 위로가 다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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