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도서관/최희철>8

인문학 도서관

by 최희철

<인문학 도서관/최희철>



해운대 인문학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갔다가, 3층 종합자료실, 철학관련 서적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서게 되었다. 그곳에 꽂힌 책들을 보고 내가 아는 게 우주의 티끌보다도 작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깊이 보다 넓이를 주장해 온 나였는데 넓이 역시 나에겐 중과부적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하나, 100년을 더 살아도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책들, 더구나 요즈음은 읽어도 거의 들어오는 게 없는데 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니 내 생각이 개똥일 수밖에 없었구나. 문득 욕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난 금욕주의자와 욕망을 한껏 부풀리는 과욕주의자가 모두 실체론자로서 동일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생각하니 많은 책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욕망과 관련해서 내가 굳이 비아그라(?)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자위(自慰)를 했다. 그 많은 책들 앞에서 말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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