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최희철>10

김진숙

by 최희철

<김진숙/최희철>



전에 단식투쟁 할 때부터 그리고 높은 크레인 위에 309일 동안 있을 때까지 나의 걱정은 그가 혹시 남성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염 한 가닥 돋지 않은 턱으로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그를 천사라 부르거나 혹은 투사라 부르는 것은 모두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 함께 한 남성들이 오랜 투쟁과 승리의 징표로 긴 수염을 훈장처럼 휘날릴 때도, 그는 환한 웃음 속에 가지런한 하얀 이빨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그건 그가 예쁘다거나 머리가 길다거나 마음이 보드랍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건 힘든 싸움을 견디어 낸 여성성을 증거 하는 것이다. 크레인에서 내려 온 지금, 나의 희망 또한 그가 남성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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