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여러 차례 다니며 힘들었던 점이 있다.
몇 가지를 꼽자면 일단 첫 번째로 굴욕의자.
이비인후과에서 감기에 걸려 목구멍을 의사 선생님에게 내보이는 것처럼
오늘 처음 보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에게 양다리를 벌리고 비스듬히 누운 채
일명 굴욕의자에 앉아 나의 중요부위를 보여주는 것은 처음에 정말 치욕적이다.
그래서 처음에 여자선생님을 선호했던 이유도 있었다.
생리 1~3일 차에 진행되는 질초음파.
생리 중 질초음파를 보는 이유는 배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난포를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냥 진료를 봐도 싫은 질초음파를 생리할 때 보는 건 더 싫다.
진료 후 기계가 질을 빠져나갈 때 핏덩이가 떨어지기도 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휴지로 막은 뒤 재빨리 옷을 탈의해야 한다.
혈관이 남아나는 것 같지 않은 피검사.
주삿바늘이 살을 찌르는 느낌이랑,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너무 싫다.
산전검사, 임신검사 등 모두 피검사로 이루어진다.
12시간이나 24시간 간격으로 맞아야 하는 자가주사와 경구약, 질정 등.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큰 표에 날짜와 시간을 적어주며 맞아야 하는 주사, 먹어야 하는 약, 넣어야 하는 질정이 있다.
주사종류도 제각각이고 12시간 간격으로 주사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주말에 늦잠을 자지도 못하고, 핸드폰 알람의 노예였다.
한번 경구약을 7~8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했을 때가 있는데 회사에 약을 빠뜨리고 가서 당황했던 적도 있다.
질정은 자는 중이나 아침에 넣게 되었는데 약이 끈적하게 녹아 나와 유기농 패드를 대고 자면 그 패드를 녹여버리기도 했고, 질염에 걸리기도 했었다.
생각나는 대로 힘들었던 부분을 열거해 봤는데 이 모든 부분은 지금은 너무나 별거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의사 선생님께 보는 진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초음파는 당연한 것이며, 팔을 내어주는 피검사도 그러려니 한다.
자가주사, 경구약, 질정은 난임시술을 진행하면서 힘든 부분의 일부다.
약간의 걱정(내가 잘 주사를 잘 놓았을까?)과 귀찮음(시간 맞춰 주사하거나 약 먹고, 질정을 넣는) 일뿐이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이를 기다리는 나의 마음이 진실된 것인지 대한 의구심과 끝이 없어 보이는 막막함이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힘들어서 도피성으로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런 쓰레기 같은 마음이어서 아이가 안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자임시도, 인공수정, 시험관을 거치면서 매달 한 번의 기회가 임신테스트기 한 줄이라는 결과로 나올 때 무너지는 마음들.
임신 증상을 검색해 보며 가슴이 커지진 않았는지, 배가 콕콕거리진 않는지 생리 직전증상과 매우 유사한 상황을 임신증상이라 여겨보는 마음.
마치 취준생이 취업이 언제쯤 될지 모르지만,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기다리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임신을 기다리는 일은, 진짜 끝이 없는 동굴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