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행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 50분에 출발이었다. 현관문을 여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였다. 하늘을 보고 바로 집으로 다시 들어가 접이식 우산을 챙겼다.
터미널에는 참 여러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가는지 편안한 표정의 사람도 있는 가 하면, 삼삼오오 휴가를 즐기러 가는 듯 설렌 표정의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도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버스는 양양을 향해 달렸고 꽤 이른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서핑 수업까지는 시간이 꽤 남은 지라 양양 시내로 걸어갔다. 운 좋게도 마침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시장 구경을 했다. 과일도 팔고 여러 간식들도 팔고 상당히 커다란 규모의 시장이었다. 자두가 꽤나 싱싱해 보였지만 가방이 무거워질 듯하여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충 시장을 보고 버스를 타고 '나자레 서프하우스' 근처 카페로 향했다. 바다가 아주 잘 보이는 통창이 있는 카페였는데, 에어컨이 아주 시원하게 나와 쾌적했다. 시원한 커피와 함께 빵을 먹으며, 글을 쓰기도 하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따금 눈앞에 보이는 파도를 보았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면 저 파도 속으로 수욱 들어갈 텐데,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였다. 사실 혼자 양양 바다에 와서 바디 서핑 수업을 듣기로 결정한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볼 수 있는 시기니까! 퇴사를 하고 즐기는 여름방학이니까, 뭐랄까. 망설이거나 무서울 것이 없다. 끌리는 것들은 모조리 다 해보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얼추 되어 짐을 챙겨 '나자레 서프하우스'로 향했다. 내부는 아주 아늑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듯한 공간이었다. 사실 몇 주 전 '나자레 서프하우스'가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나는 구경할 겸 방문했었다. 그때 이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서로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취해, 기념으로 예상치 못한 반바지도 구입하였다. 구매 이후, 재질과 색감이 아주 맘에 들어 꽤 자주 입는 바지가 되었다.
다시 '나자레 서프하우스'로 돌아가서. 서울에서 처음 보았던 분들을 양양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상당히 반가웠다. 그렇게 수업을 신청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고, 슈트와 슈즈를 대여받아 착용하였다. (이러한 슈트를 처음 착용하다 보니 나는 앞뒤를 거꾸로 입기도 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길건너에 있는 해변가로 향했다.
이곳은 물치해변이었는데, 소위 말하는 양양의 그러한 시끌벅적한 해변은 아니었다. 그래서 좋았다. 뭔가 딱 '우리들 만을 위한 바다'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주니님의 파도에 대한 이론 수업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모래사장을 칠판 삼아, 입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전문적인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어서 이해하기 정말 쉬웠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이제 모두가 온몸으로 파도를 느끼러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서핑에 익숙한 분들도 계셨는데, 이번 수업은 '파도와 친해지기' 수업이었기에 모두가 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편안했던 것 같다.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에 서있는 느낌이랄까. 넘실넘실 밀려오는 파도를 지켜보고,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몸을 싣는 실습이 시작되었다. 주니님이 도와주어서 나도 도전해 보았는데,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몸에 힘을 빼고 파도 위에 나를 얹을 뿐이었는데, 파도는 아주 빠른 속도로 나를 해안가까지 데려다주었다. 글로 표현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의 두 손을 겹쳐 내 몸 자체를 하나의 패들보드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파도의 에너지에 그저 나를 맡기면 되는 것. 수영하는 법을 모르는 나는,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편인데 주니님과 함께 해주시는 강사님들의 도움으로 그 시간만큼은 바다를 계속 즐겼던 것 같다.
파도가 밀려올 때, 조금이라도 빨리 타거나 조금이라도 늦게 타면 얼마 가지 못하고 잠기게 되었다. 이 최고의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이걸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느낀 행복감과 즐거움 중에서 가장 최고치이지 않았나 싶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서프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올여름 안에 다음 수업인 '보드와 친해지기'를 들으러 다시 양양에 와야겠다는 생각.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이 짜릿한 경험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나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 좋은 토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