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1)

by 차로

아침 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이런저런 작업을 하며 보내던, 평범한 목요일이었다. 장마는 이미 끝났다고 했지만, 창 밖에는 시끄러울 정도로 거센 비가 내렸다. 어느 정도의 작업을 마친 후,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섰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SNS를 하던 중, 우연히 주니님의 게시글을 보았다. ‘고백에 거절당한 수컷 코알라는 조용히 자러 간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에 대한 포스팅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주니님은 조용히 파도 타러 가시는 거 아니에요? “라고 답을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번 주의 바다, 파도의 상태로 이어졌다. 한 번쯤은 주니님이 운영하는 ‘나자레 서프하우스’에 꼭 가보고 싶었기에 그의 이야기에 더욱 귀가 솔깃해졌다. 이번 주에 파도가 아주 좋아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음 주 혹은 다다음주에는 아예 파도가 없을 수도 있다는 그의 이야기.


나에겐 참 특이한 촉이 있다. 지금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소중함을 잘 알아챈다고 해야 할까. 이 기회를 놓치면 쉽게 다시 오지 않는다는 직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곧바로 양양으로 향하는 버스 일정을 확인해 보았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거의 모든 버스가 매진이었는데, 웬걸 그중 잔여 좌석이 딱 한 자리만 남아있었다. ‘아, 이건 가야 하는 운명이구나!’라는 묘한 운명의 힘을 느낀 나는 망설이지 않고 양양행 버스 티켓과 서핑 클래스를 결제했다.


다음으로 미루고 망설이다가는 결국 전부 놓쳐버려 후회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 마음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나의 마음이 예전보다 훨씬 느슨해진 것 같다. 무엇을 위해 한없이 나중으로 미뤄만 왔을까. 시간에 대하여 처절한 가난을 느껴왔던 나는, 이제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이틀 후 이른 아침, 나는 양양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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