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금요일
2022. 09. 30. 금
내 오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어제 자기 전 알람을 맞춰 두었다. 7시, 그리고 7시 10분.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8시에는 헬스장으로 출발해야지 생각하며. 알람이 울리는데 꿈에서 누가 노래를 튼 줄 알았다. 출근 준비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잠시 들은 것도 같은데. 눈을 뜨니 9시 18분이었다.
음 이렇게 또 내 오전의 반이 날아가 버렸네. 매번 잠을 이기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약간 짜증이 나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시간이 지난걸. 출근할 때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일어나서 8시면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새삼 돈이 만드는 강제성의 무서움을 느낀다.
침대에서 나오면서 데일리루틴을 체크하기 위해 노션 앱을 켰다. 가장 먼저 공복 몸무게를 재고 기록했다. 분명 난 다이어트한다고 하고 있는데 몸무게가 제자리다. 식단을 좀 더 극단적으로 해야 하나. 다음 루틴은 스트레칭. 오늘은 목,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상체 스트레칭 영상을 따라 했다. 집에 있으니 아침 스트레칭을 빼먹지 않고 할 수 있고, 목이 뻐근하면 언제든 폼롤러를 굴릴 수 있어서 좋다.
아점을 간단히 먹은 후에는 이틀 전 읽기 시작한 <참 괜찮은 태도>를 마저 읽었다. '다큐멘터리 3일'과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VJ로 일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사실 모든 에피소드가 와닿지는 않았지만, 나도 생각해 본 적 있는 주제거나 내 상황과 맞닿아 있는 주제의 글도 많아서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첫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무슨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면 다 미화되는 걸까.
올해 1-2월에 온라인으로 캘리그라피 개인 수업을 들었었다. 갑자기 아이패드 병에 걸린 것도 캘리그라피 때문이었다. 작년에 딥펜 캘리그라피를 잠깐 배운 적이 있었는데, 왠지 아이패드로 하면 언제 어디서든 맘껏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수업을 들으면서는 열심히 했었지. 수업이 끝나고는 현생에 치인다는 핑계로 손을 놓고 살았다.
이번에 시간이 생긴 김에 캘리그라피도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유튜브나 책을 볼 때 캡쳐하고 밑줄 긋는 건 참 좋아하는데. 그게 어디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감동은 그때뿐이라는 게 늘 아쉬웠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들을 모아서 볼 수 있게 정리하고, 새로운 취미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선 긋기부터 단어 따라 쓰기, 문장 쓰기까지 해봤는데 생각보다 예전의 감각을 찾는 건 금방이었다. 이제 매일 연습하며 재미를 붙이고 실력을 늘리기만 하면 된다. 글씨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나만 쓸 수 있는 느낌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가전 견적을 비교하는 앱을 깔아서 보고 있는데, 제주도 출장에서 돌아온 J에게 전화가 왔다. 잠깐 줄 것이 있으니 집 앞으로 나오라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나가니 오메기떡을 주고는 5분 만에 떠났다. 예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오면 꼭 지역 먹거리를 사 오곤 했다. 바로 집에 가서 쉬어도 피곤할 텐데. 사소하지만 큰 선물을 받으면서 매번 당연히 여기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안 사 오면 약간은 허전할지도?ㅎ